"자율주행·AI…매치업으로 스펙업했어요"

입력 2026-07-12 17:00

충남테크노파크에서 근무하는 이준형 연구원은 자동차 부품 회사 지원 국책 과제를 기획하다가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내연기관차 관련 경험만으로 미래차 기술을 반영한 과제를 설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정부 매치업 프로그램에서 신에너지 자동차 관련 강의를 들었다. 전장 부품 모듈 열관리 기술이 미래차 핵심 요소라는 점을 새롭게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 열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 등 정부 사업 2건 기획에 참여해 최종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익숙한 과거 기술만으로는 험난한 취업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워지자 구직자와 재직자의 재교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기업이 직접 짜고 정부가 전액 지원하는 산업 맞춤형 단기 직무 인증 과정인 매치업이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는 이유다. ◇재교육 원하는 직장인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신산업 분야 직무 능력 향상을 희망하는 대학생과 구직자 및 재직자 등 누적 23만 명이 매치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특히 242개 기업이 이수 결과를 채용과 인사에 적극 활용하면서 단순한 교육을 넘어 실질적인 취업 및 승진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별 대표 기업이 대학, 교육 기관 등과 협력해 교육 과정을 직접 설계한다. 예컨대 지능형 자동차와 신에너지 자동차 분야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엔지비가 함께 교육 과정을 짠다. 인공지능(AI) 분야는 KT와 웅진씽크빅이 힘을 합친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대응하고자 현장 수요를 꼼꼼히 반영해 교육 내용을 꾸준히 고치는 것이 큰 특징이다. 매치업 내 자율주행 자동차 인지 기술 과정을 맡은 최준원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자동차 업계는 AI 기반 종단 간(E2E) 자율주행으로 기술 전환이 이뤄지는 아주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며 “기업에서도 숙련 인력 수요가 커지는 만큼 교육 과정에 이런 흐름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 취업을 노리는 구직자와 부품 회사 임직원 등 수강생도 다양하다. 김덕기 현대엔지비 파트장은 “부품 회사 입장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기술 흐름을 꿰뚫는 것이 가장 큰 무기가 된다”며 “초보자도 쉽게 이해하도록 수업을 짜서 기술 직무뿐만 아니라 영업과 판매 등 여러 부서 담당자가 두루 수업을 듣는다”고 말했다.

재직자 재교육 성공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내연기관차 정비와 검사 분야에서 44년 동안 일한 송영배 자동차 명장은 미래차 전환에 발맞추고자 경기과학기술대학교에서 전기차 정비 실무 수업을 들었다. 이후 자신의 생생한 현장 경험과 첨단 기술 지식을 더해 후배 양성에 널리 힘쓰고 있다. ◇현장 맞춤형 실습까지실무능력을 키우기 위한 실습, 프로젝트 중심의 심화 수업도 함께 열린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강의실에서는 청년 30여 명이 KT와 웅진씽크빅이 개설한 파이선과 판다스 활용 데이터 분석 심화 과정 수업을 듣고 있었다. 미세먼지 공공 데이터와 기상 정보를 합쳐 다음날 미세먼지 농도를 예측하는 실습이 한창이었다. 광운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다니는 홍석진 씨는 “학교에서는 이론을 주로 배우는데 실제 기업 실무 현장에서 AI와 데이터 분석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겪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매치업 기초 과정은 한국형 온라인 공개 강좌(K-MOOC)에 올라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현재 매치업은 지능형 자동차와 AI, 로봇, 바이오 헬스, 스마트팜 등 14개 분야에서 100여 개 교육 과정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올해 제조 인공지능 전환(AX) 등 3개 분야가 새로 선정됐다.

고재연/이미경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