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와 의료·항공우주 산업에 필수적인 헬륨의 해외 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글로벌 공급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국 반도체 업체에 필요한 물량을 우선 확보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10일 대외무역법에 근거해 헬륨 수출을 잠정 금지한다고 밝혔다. 조치는 발표와 동시에 시행됐다.
수출이 금지되는 국가나 예외 대상, 종료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국은 향후 변경 내용이 있으면 별도로 공고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은 만큼 모든 해외 수출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쉬톈천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의 긴장 완화에도 헬륨 공급이 여전히 매우 부족한 게 이번 수출 금지 조치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CXMT와 같은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의 생산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보장하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헬륨은 액화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얻는 부산물로 반도체 제조 장비의 냉각과 공정 안정화에 사용된다. 자기공명영상장치 등 의료기기와 우주항공, 광섬유 산업에서도 대체하기 어려운 원료로 꼽힌다. 헬륨은 운송과 저장이 까다로워 생산시설이나 해상 운송에 문제가 생기면 공급망이 쉽게 흔들리는 품목이다.
세계 생산은 미국과 카타르 등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 여파로 카타르의 일부 생산시설 가동과 호르무즈해협 운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급 불안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의 수출금지가 세계 시장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자국에서 사용하는 헬륨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순수입국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전자·광섬유 산업의 성장으로 헬륨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반도체 업체들의 원가와 조달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