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들어 극심한 피로감이 심해졌다. 주말에도 특별한 외출 계획 없이 잠을 보충하면서 '충전을 위한 시간'을 보내지만 좀처럼 피로감이 해소되지 않는다. 업무 중 집중력이 떨어지는 데다 실수가 잦아지면서 월요일마다 출근을 하는 게 두려워졌다.
박씨처럼 피로 증상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많다. 과로나 수면 부족 등은 누구나 호소하는 증상으로 여기며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이들 증상 탓에 업무를 하는 데에 문제가 생기거나 갑자기 생긴 극심한 증상이 6개월 넘게 이어지면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윤지현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2일 "피로는 누구나 겪는 흔한 증상이지만 휴식으로 회복되지 않는 피로는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라며 "지속되는 피로를 단순한 체력 저하로 여기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피로는 대부분 과로와 스트레스, 수면 부족 탓에 생기는 단순한 증상이다. 충분히 쉬면 회복된다.
푹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피로감이 이어지고 이런 증상 탓에 일상 생활을 이어가는 게 힘들다면 간과해선 안된다. 당뇨병 등 질환 탓에 피로감을 호소할 수 있어서다. 어떤 이유 때문에 피로감이 심해졌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만성 피로의 원인은 다양하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불규칙한 생활 습관, 운동 부족은 대표 원인이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 당뇨병, 만성 간질환, 신장질환, 수면무호흡증 등이 있을 때도 피로가 심해진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항히스타민 계열이 포함된 감기약, 이뇨제·베타차단제 등 일부 고혈압 약, 신경안정제, 우울증약, 소염진통제, 피임약, 담배 속 니코틴 성분도 피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피로와 함께 특별한 원인 없이 체중이 줄거나 열이 난다면 간과해선 안된다. 잠을 잘 때 옷이 젖을 정도로 흥건하게 식은땀을 흘리거나 목이나 겨드랑이에 멍울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병원을 찾아 진료 받아야 한다.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고, 약물 등에 노출되지 않았는 데도 극심한 피로감이 6개월 넘게 계속된다면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인 피로는 쉬면 나아지지만 만성 피로 증후군은 쉬어도 피로감이 해소되지 않는다.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의 2~5% 정도가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추정된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이 만성 피로 증후군의 원인일 수 있다.
만성 피로 증후군은 집중력 저하, 기억력 장애, 수면 장애, 위장 장애 등을 함께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복통과 흉통, 식욕 부진, 호흡 곤란, 우울, 불안 등도 동반 증상이다.
극심한 피로감 탓에 병원을 찾으면 원인을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치료를 한다. 빈혈이나 갑상샘 기능 저하증, 당뇨병 등이 있다면 이들 질환을 치료하는 게 먼저다. 특별한 원인이 없다면 생활 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하도록 돕는 방법으로 증상을 줄일 수 있다. 필요하면 약물이나 상담치료도 필요하다.
만성피로 증상을 줄이거나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을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게 좋다.
걷기나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을 만드는 것도 도움된다.
윤 교수는 "고령층은 피로가 영양 부족이나 근육량 감소, 갑상샘·빈혈 문제의 첫 신호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피로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