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로션 하나로 간편하게 끝.'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다. 스킨과 로션, 에센스를 하나로 합친 '올인원(All-in-one)' 제품은 오랫동안 남성 화장품의 상징이었다. 출근 준비 시간을 줄여주고 여러 제품을 따로 바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귀찮은 건 싫다'는 남성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해외 시장의 풍경은 조금 달랐다. 남성들도 피부 고민에 따라 토너와 보습제, 세럼, 선크림 등을 각각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국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 '불독 스킨케어'는 세안제와 토너, 모이스처라이저, 선크림, 아이크림, 면도 후 관리 제품 등을 각각 판매한다. 피부 타입과 생활 습관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조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소비 방식이다.
미국 스킨케어 브랜드 '키엘' 역시 남성 라인에서 클렌저와 토너, 보습제, 아이크림, 쉐이빙 제품 등을 세분화해 운영한다. '남성용 화장품은 하나면 충분하다'기보다 피부 고민에 맞춰 루틴을 구성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뷰티 업계는 한국에서 올인원이 유독 강세를 보인 배경에 국내 특유의 생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복무를 거치며 화장품 사용 자체가 최소화됐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짧은 출근 준비 시간 안에 모든 관리를 끝내려는 수요가 컸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남성이 군 복무를 하면서 사회 문화도 군대와 같이 경직된 측면이 있다"며 "여기에 화장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더해지면서 '하나만 바르면 끝'이라는 올인원이 자연스럽게 남성 화장품 시장의 표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남성 화장품 브랜드들은 대표 제품으로 올인원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스킨과 로션을 따로 구매하기보다 하나의 제품으로 간편하게 관리하는 소비 패턴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오픈서베이 남성 뷰티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남성들은 기초화장품을 사용하는 계기로 '피부 관리의 필요성을 느껴서', '노화를 체감해서'라는 응답을 내놨다. 피부 미용 시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70%에 가까웠다.
남성들의 피부 고민이 주름과 탄력, 피부 톤, 모공, 피지, 두피 등으로 세분화하면서 단순한 올인원 제품 하나로는 이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성 화장품 브랜드 어댑트 관계자는 "토너와 로션을 나눠 사용하는 제품은 피부 상태에 따라 수분 공급과 보습 정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반면, 올인원은 여러 단계를 하나로 합쳐 사용 편의성과 간소화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라며 "우열이 있다기보단 피부 상태와 생활 방식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분리형 제품을 쓰면 피부가 건조한 날에는 보습제를 조금 더 바르고, 피지가 많은 날에는 토너 위주로 사용하는 등 피부 상태에 맞춘 관리가 가능하지만, 빠르게 관리를 끝내기는 어렵다. 반대로 출근 직전처럼 빠르게 관리를 끝내랴 하는 상황에서는 피부 상태에 정밀하게 맞추진 못하더라도 올인원을 사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이에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예전처럼 '남성용 올인원' 한 종류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성 피부용과 건성 피부용, 민감성 피부용 등 피부 고민별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더모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는 남성용 올인원 제품군을 '레드 블레미쉬 포맨 탄력 올인원', '레드 블레미쉬 포맨 진정 올인원', '레드 블레미쉬 포맨 올인원 톤 로션', '레드 블레미쉬 포맨 올인원 오일 컷 로션' 등으로 다변화했다.
아모레퍼시픽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비레디 또한 지성 피부를 위한 '오일캡처 올인원 로션', 수분 진정에 특화된 '하이드로 카밍 올인원 로션' 등 피부 고민별 기능성 올인원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비레디 관계자는 "남성 스킨케어 시장에서 간편함은 중요한 구매 기준"이라면서도 "최근에는 피부 타입이나 고민에 맞는 기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 소비자들이 자신의 피부 상태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성 화장대는 더 이상 '올인원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간편함을 선호하지만, 자신의 피부 고민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방향으로 소비가 변모하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