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위 변화는 투자자에게 ‘미국 증시 일극체제’ 강화로 해석될 수 있다. 세계의 부가 달러화 자산에 집중되면서 나스닥 등 미국 자본시장이 강해지고, 이를 배경으로 인공지능(AI)산업과 빅테크를 비롯해 혁신 기업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압도적인 투자 수익률로 글로벌 자금을 미국으로 끌어모아 다시 혁신 생태계를 살찌우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9일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자본시장은 비금융기업 전체 자금의 75.3%를 조달했다. 미국 기업이 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에서 돈을 끌어오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의미다.
최근 빅테크의 AI 투자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회사채, 사모펀드 등으로 끌어온 자금을 AI 설비 투자에 투입했다. 이런 막대한 설비 투자가 미국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높아진 생산성은 다른 나라 기업이 따라오기 힘든 이익률과 성장률로 이어진다. 그 초과이익이 글로벌 자본을 유인하는 수익률의 원천이 된다.
미국 회사채 시장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 지 오래다. 규모가 크고 거래가 활발해 글로벌 기관투자가가 대규모로 매입하더라도 언제든 유동화할 수 있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는 다른 나라 국채보다 금리까지 높다. 이날 기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58%대로 한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연 4.28%대)보다 높았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의 달러 수요도 가세했다. 달러에 1 대 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량만큼 준비자산을 쌓아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증가할수록 미국 국채가 더 팔리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가 미국 투자를 통한 수익을 항상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열된 시장이 흔들리면 수익을 노리고 들어온 자금이 빠져나가며 달러 자산과 달러화 자체의 가치까지 흔들 수 있다. 브래드 세처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AI에 대한 기대가 사실로 입증되지 못하면 지금의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은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