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의 성격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상수지 적자 원인 분석과 상충된다.
스티븐 마이런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는 행정부 합류 전 작성한 ‘마이런 보고서’에서 “미국이 큰 경상수지 적자를 내는 것은 너무 많이 수입해서가 아니라 준비자산을 제공하고 세계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 국채(달러)를 수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축 통화국인 미국이 세계에 달러를 돌리려면 무역적자를 계속 감내해야 한다는 1960년대 나온 ‘트리핀 딜레마’ 이론에 기댄 논리다. 마이런 전 이사는 동맹국에 초장기채를 떠넘겨 이를 바로잡자는 과격한 구상(마러라고 협정)까지 내놨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외국 중앙은행 등 공적 부문의 미 국채 보유액은 2013년 이후 사실상 늘지 않았다. 2020년 정점을 찍은 뒤로는 감소세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2013년 1조3200억달러에서 지난해 6835억달러로 줄었다.
트리핀 딜레마 이론대로라면 미국은 위기여야 한다. 미국 국가부채는 올해 39조28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23%에 달했다. 그래도 미국 정부는 버티고 있다. 달러 자산을 사주던 중앙은행 대신 누군가 적자를 메우고 있다는 뜻이다.
민간 자본이 그 자리를 메웠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 한 달간 각국은 미 국채 보유액을 1384억달러 줄였지만 주식 등 투자 순유입은 1507억달러 늘었다. 중앙은행 등의 공적 자금 114억달러가 빠진 자리를 민간 1621억달러가 채웠다. 외국 투자자가 달러 표시 자산을 적극 매수하면서 기축통화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해야 할 필요가 사라졌다. 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외국 상품이 아니라 자산을 ‘수입(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