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美 국채 58% 보유…투자자산 된 달러, 변동성 커졌다

입력 2026-07-09 19:00
수정 2026-07-21 17:05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해방의 날’은 증시에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다른 의미에서 충격을 받았다. 미 증시와 달러화 가치, 미 국채 가격이 모두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증시가 폭락하면 투자자는 위험 회피를 위해 안전자산으로 이동한다. 대표적인 위험 회피 자산인 미 국채까지 하락한 배경을 두고 경제학계는 활발한 연구를 벌였다. 달러화의 성격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 연구의 결과다. ◇안전자산 역할은 약화
8일(현지시간) 기자와 통화한 브래드 세처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최근 달러화 매입 수요가 그 이전과 비교해 구조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으로 유입된 자금의 대부분은 안전자산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평균 이상의 수익(알파)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달러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미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이 변했고, 달러의 위험자산 성격이 강화됐기 때문에 증시 폭락과 달러 매도가 함께 발생하는 상황이 나타날 리스크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인 야콥 아돌프센 등은 최근 ‘최근 몇 년간 미 달러와 안전자산 간 상관관계가 감소했다’는 요지의 글을 발표했다. “미국의 순대외투자포지션(NIIP·미국인의 해외 투자에서 외국인의 미국 투자를 뺀 것)이 약화하면서 달러의 안전자산 통화로서의 지위도 흔들리게 됐다”며 “달러 표시 자산이 제공하는 헤지 효과도 과거에 비해 덜 효과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달러 주력, 민간투자자로특히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 보유 비중 감소는 달러 지위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중국 공공부문의 달러 매수세가 잦아들면서 지난 10년 동안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총합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덩치를 급속도로 불려왔다. 국제수지는 경상수지와 금융수지의 합이므로, 경상수지 적자만큼 누군가는 미국의 국채 등을 사들이고 있는 의미다.

해외 중앙은행을 대신해 달러 수요자의 역할을 차지한 것이 민간 투자자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모두 9조2000억달러다. 이 중에서 5조4000억달러(58.1%)를 민간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미 증시에 대한 투자 수요가 특히 컸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달러표시 자산 중 주식 비중은 2023년 6월 말 51.1%에서 지난해 6월 말 56.2%로 커졌다. 같은 기간 장기채 비중은 44.5%에서 39.2%로 낮아졌고, 단기채 비중은 4.4%에서 4.7%로 상승했다. 단기채는 결국 주식투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공지능(AI)과 빅테크가 주도한 미 증시 투자 붐이 달러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서학개미도 ‘수익통화’로 달러에 접근하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예탁결제원의 해외주식 보관액 규모는 2021년 678억달러에서 올 5월 말 1800억달러로 급증했다.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교수가 ‘한국 등이 미국의 적자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표현한 배경이다. ◇더 큰 변동성에 노출이는 미 국채 등 달러표시 자산군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교수는 “외국인이 미국에 투자하려 할 때, 이들은 우선 미 재무부가 발행한 단기 국채를 매입해 자금을 예치해 뒀다가 적절한 때 AI 관련 주식 등을 산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좋은 투자처로 여겨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면서도 “헤지펀드 등 민간 외국인 투자자는 보수적인 중앙은행의 준비자산 관리자보다 훨씬 변덕스럽게 움직인다”며 “작은 악재 하나만으로도 베팅 방향을 뒤집을 수 있다”고 짚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