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보험 사기 의혹과 관련해 자생한방병원을 상대로 강제 수사에 들어갔다. 교통사고 환자에게 미리 제조한 한약을 대량으로 처방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챙겼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가 양방 진료비를 넘어서는 등 과잉 진료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보험사 “보험금 부당하게 챙겨”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부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서울 강남구 자생의료재단과 자생한방병원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이 자생한방병원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으로 처방 기록과 내부 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직적인 보험금 가로채기 지시 여부와 실제 보험 사기 혐의 성립 여부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히 환자별 처방 내용과 외부 약 제조 시설인 원외탕전실 조제 기록이 일치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비슷한 처방이 대량으로 반복됐는지 등도 집중적으로 살핀다.
이번 수사는 지난 4월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 4개 회사가 경찰에 고소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이들 보험사는 자생한방병원이 교통사고 환자에게 미리 만든 한약을 대량 처방하는 방식으로 보험금 수백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모 자생의료재단 이사장과 전국 21개 자생한방병원장 등 23명이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생한방병원 측은 보험 사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입장문을 통해 “비슷한 내용의 보험사 고소·고발이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제기됐으나 다수의 수사기관이 무혐의 또는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며 “그럼에도 일부 보험사가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문제 삼아 고소를 이어가는 것은 고소권 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자생한방병원은 관련 법령과 의료기준에 따라 환자 개인별 처방전에 근거해 한약을 조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급증하는 교통사고 한방 진료비한방병원은 그동안 교통사고 환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모으며 병원 규모를 크게 불렸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는 1조6972억원에 달했다.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에서 한방이 차지한 비중은 60.4%다. 이는 39.6%에 그친 양방 진료비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자동차보험을 노린 보험 사기에 한방병원을 끌어들인 사례도 잇달아 적발됐다. 지난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가로챈 사기 조직원 182명을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2020년 10월부터 2024년 10월 사이 전국 각지에서 일부러 교통사고를 냈다. 이후 한방병원 등을 찾아가 비싼 치료를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실손보험을 노린 한방병원의 불법 행위도 덜미를 잡혔다. 2024년 부산의 한 한방병원은 고주파 의료기에 베개를 넣어 가동하는 수법으로 치료 기록을 거짓으로 부풀렸다. 병원과 짜고 친 환자는 가짜 진료 기록을 보험사에 제출하고 실손보험금을 타냈다. 이들이 챙긴 보험금은 9억6000만원에 이른다. 경찰은 병원장과 간호사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명예이사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지낸 이원모 국민의힘 경기도당 용인시갑 당협위원장을 사위로 두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신 이사장의 둘째 딸과 이 전 비서관의 중매를 선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기/이지현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