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의 인공지능(AI) 전환이 초래하는 고용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부 계획이 어제 발표됐다. 2024년 시행된 산업전환고용안정법에 따라 수립한 첫 번째 법정 기본계획이다. AI로 인한 고용 변화를 실시간 감지하는 ‘한국형 카나리아 대시보드’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국민 100만 명 이상에게 AI 직업훈련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카나리아 대시보드는 AI 노출도가 높은 주요 직무의 산업·연령별 고용 변화를 보여주는 시스템으로 미국 스탠퍼드대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중장기 계획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AI 전환 과정에서 임금 감소를 겪는 근로자의 소득을 보전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AI 전환에 따른 일자리 충격을 방치하면 사회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인식이다. 업무 숙련도와 산업·지역별 AI 전환의 차이가 일자리 양극화를 심화할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일자리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한 분석이다.
그렇지만 청년 취업난 등의 일자리 문제를 AI 전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3년간 감소한 청년(15~29세) 일자리 21만1000개 가운데 98.6%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는 지난해 한국은행 분석을 곧잘 인용한다. AI 확산이 청년 일자리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부 대응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의 진단은 정부 인식과 꽤 다르다. AI 전환의 충격이 있겠지만, 조금도 개선되지 않는 고용 경직성이 일자리 문제의 더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번 뽑으면 인력 조정이 어려운 만큼 신규 채용 대신 경력직을 가려 뽑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청년 취업난의 원인으로 고용 경직성과 노동조합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기업이 필요할 때 사람을 내보내고 다른 사람을 뽑거나 직무를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청년이 원하는 제조업 일자리가 2년 가까이 감소하는 것을 AI 전환 탓으로만 돌려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