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줄 서서 '중국산' 사갔다…'오픈런' 난리 난 브랜드 [트렌드+]

입력 2026-07-09 21:00
수정 2026-07-09 22:58
국내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에서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백화점이 먼저 팝업스토어(팝업) 운영을 제안하는가 하면 주요 유통업체에서 연달아 팝업을 선보이는 중국 브랜드도 늘고 있다. 과거 저렴한 가격을 앞세웠던 중국산 소비재가 최근 품질과 디자인 수준을 높이면서 국내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진출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길거리 팝업은 옛말…中 브랜드, 유통가 팝업 유치 활발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의 중국 브랜드 팝업 유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은 지난 4월 백화점 업계 최초로 중국 아트토이 브랜드 '사무엘' 팝업을 열었다. 브랜드 측에서 먼저 입점을 제안한 게 아니라 해당 점포가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를 자체 발굴해 유치한 행사란 게 포인트.

당시 팝업에서는 랜덤 키링을 비롯해 총 16종의 상품을 선보였다. 행사 기간 전체 구매 고객 가운데 절반 이상을 20~30대가 차지하는 등 젊은 고객층 중심으로 호응을 얻었다. 사무엘은 지난 5월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을 연 데 이어 지난달에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도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도 이달 3일부터 중국 인형 브랜드 'HERE 기몽도'의 팝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브랜드가 국내에서 팝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 한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이는 장소로 가두점 형태 매장이 밀집한 성수동이나 홍대 거리가 아닌 대형 유통업체를 선택한 셈이다.

신제품 출시 무대로 백화점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 '플라워노즈'는 지난달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서 신제품 출시 기념 팝업을 진행했다. 행사 초기에는 영업 시작 전부터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 현상까지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가성비에서 '제품력'으로…달라진 中 브랜드 경쟁력 중국 브랜드들이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에 잇달아 진출하는 현상을 두고 중국산 소비재에 대한 국내 유통업계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은 입점 브랜드의 상품과 서비스가 곧 유통사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만큼 아무 브랜드에나 자리를 내 주지 않는다. 단순히 화제성만 보고 입점을 허가했다가 상품 품질이나 물류 시스템, 고객 서비스(CS)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유통사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팝업은 정식 매장 입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진입 문턱이 낮은 편이지만 일정 수준의 검증 과정은 거친다. 상품 품질과 디자인이 기존 고객층 눈높이에 맞는지부터 제조사나 소재를 속이는 이른바 '라벨 바꿔치기' 등의 결격 사유가 없는지까지 다방면으로 살펴 입점 여부를 결정한다. 해외 브랜드의 경우 국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고객 서비스 체계를 갖췄는지도 고려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유통 채널에 진입하는 중국 브랜드가 늘어난 데에는 중국산 소비재의 경쟁력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과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제품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제품력과 디자인, 자체 지식재산권(IP) 등을 내세운 브랜드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플라워노즈는 대부분의 제품 가격대가 2만~3만원 선으로 형성돼 있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브랜드와는 거리가 있다. HERE 기몽도 역시 모조품에 의존하던 과거의 중국 제품들과 달리 현재 총 20개의 자체 IP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유통가 입점 문의하는 브랜드도 늘어국내 대형 유통사의 문을 두드리는 중국 브랜드도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 중국 브랜드들은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 바로 입점하기보다는 온라인상에서 한국 공식 계정을 개설해 마케팅을 펼치거나, 성수동 등 주요 가두 상권에서 팝업을 여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알려왔다. 초기 시장 진입 단계에서 주요 유통 채널에 바로 입점할 만큼의 품질이나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최근 자체 품질과 독창적인 브랜딩 능력을 갖춘 브랜드가 생겨나면서 제품력에 자신감을 얻은 중국 브랜드들이 대형 유통 채널로 직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팝업 성과에 따라 향후 정식 입점까지 타진할 수 있다는 점도 대형 유통사를 찾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C뷰티, C패션 브랜드들로부터 팝업이나 브랜드 협업 등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이 글로벌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기준점으로 여겨지면서 대형 유통 채널을 통해 국내 진출을 모색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