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 모를 줄 알았나…강남 의사들에 3400명 당했다

입력 2026-07-09 15:18
수정 2026-07-09 15:49

수면제 계열 향정신성의약품 중독된 강남 피부과 의사들이 외국인 환자 수백 명의를 도용해 허위 처방전을 만들고 의료용 마약류 12만여정을 사들여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다량의 수면제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섭취를 못하게 되자 병원 금고에 보관된 프로포폴까지 몰래 빼내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강남경찰서는 9일 강남의 한 의원과 약국이 연루된 대규모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사건 피의자 13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부과 원장 A씨(40대·여)와 함께 근무한 의사 B씨(40대·남)는 지난달 25일 구속 송치하고, 병원 직원과 연루 약사 등은 같은 달 30일 불구속 송치했다.

이번 사건은 한 외국인 환자가 자신의 명의가 도용돼 향정신성의약품이 처방된 사실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허위 처방전을 발급한 의사들과 병원·약사를 연결해 준 약국 직원, 부실한 허위 처방전으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처방전 없이 약품을 판매한 약사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A씨와 의사 B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 1월까지 병원에 내원했던 외국인 환자 약 3400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해 처방전 4331장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서울의 한 대형 약국 직원에게 부탁해 해당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들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 12만1849정을 사들여 각각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수면제 계열 향정신성의약품을 다량 투약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수면제 섭취에 따른 부작용으로 더 이상 해당 약품을 복용하기 어려워지자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금고에 보관된 프로포폴까지 몰래 빼내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함께 검거된 약사들은 부실하게 기재된 타인 명의 처방전을 다량으로 가져온 피의자에게 진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의약품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약사는 처방전이 없는데도 일반 가격보다 비싸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다량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타인 명의로 향정신성의약품을 구매하거나 투약하는 행위는 중대한 범죄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본인 명의가 도용돼 향정신성의약품이 처방된 사실을 확인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밝혔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