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들이 상반기 가장 ‘핫한’ 루키 단 한 명의 이름을 적어 낸 치열한 주관식 설문의 주인공들이 베일을 벗었다. 이번 조사는 주식 1084명, 채권 306명, 자산배분 197명의 매니저가 참여해 경력 5년 이내(금융투자협회 기준)의 신예들을 발굴했다.
특히 이번 기획은 주식 애널리스트로만 표가 쏠리는 구조적 맹점을 방지하기 위해 주식·채권·자산배분 등 자산군별 독립 리그로 분리해 톱3를 엄선하는 ‘부문별 쿼터제’를 도입했다. 여기에 지난 주니어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이름을 올렸던 선배들은 명단에서 제외하는 원칙을 적용해 루키를 찾았다. [주식 부문] 전력기기·소부장 신예
올 상반기 주식시장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단연 ‘AI 반도체’다. 이 거대한 흐름은 이번 주니어 애널리스트 선정 결과에도 고스란히 투영됐다. 주식 펀드매니저들이 뽑은 상위권 주니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력기기, 반도체 소부장, 시스템 반도체 등 전방 AI 산업의 가치사슬을 담당하는 이들이 차트를 휩쓸었다.
유진투자증권의 허준서 애널리스트는 주식 매니저들로부터 246표라는 압도적인 표를 받으며 전체 1위에 등극했다. 경력 2년 11개월의 주니어가 시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가려운 곳을 긁어준 적시성과 차별화된 논리에 있었다. 이승유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를 두고 “주식에 대한 몰입도가 높고 숨은 기회를 찾아내는 선구안이 좋다”며 “기업의 콘텐츠를 알아보고 자기 언어로 재해석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난 인재”라고 평가했다. 허 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 전력기기 업종이 일제히 기계적 조정을 받았을 때도 반도체 쏠림이 아닌, 메모리 주식의 리레이팅 과정에서 발생한 상대적 밸류에이션 매력도 이동으로 현상을 해석해냈다. 그는 하반기 하이퍼스케일러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계통 안정성을 위한 망 보강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신규 전력기기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효성중공업, 전력 파형 분석 레퍼런스가 뛰어난 산일전기, 능동적 제어 솔루션을 보유한 서진시스템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올해 1월부터 전기전자 섹터를 맡은 김연미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력 1년 10개월이라는 짧은 연차가 무색할 만큼 펀드매니저들의 두터운 신망을 확보했다. 상반기 발간한 ‘소문난 AI 잔치, 메인디쉬를 가져오너라’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엔비디아의 GPU나 HBM(고대역폭메모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FC-BGA 기판과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전력 모듈 등 전기전자 및 반도체 소부장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AI 관련 종목들의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핵심 수혜 분야인 MLCC와 패키지 기판 사업을 모두 보유한 삼성전기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허성규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 부문에서 48표를 얻어 3위에 오른 동시에 자산배분 매니저들이 선정한 1위(12표)까지 거머쥐며 이번 주니어 조사 최고의 ‘멀티플레이어’로 우뚝 섰다. 허 애널리스트는 스몰캡을 담당하며 시스템 반도체와 우주 등 상반기 시장을 뜨겁게 달군 고성장 섹터를 주도적으로 분석해 왔다. 특히 리서치 자료가 드물었던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다룬 ‘한국형 실리콘 실드 가동’ 보고서는 기관 매니저들 사이에서 밀도 높은 자료로 큰 임팩트를 남겼다. 스몰캡팀을 이끄는 이병화 기업분석부 부서장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신성”이라며 “중소형주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시장을 크게 아웃퍼폼한 성장산업을 가장 빠르고 임팩트 있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라이징 스타’ 허 애널리스트가 꼽는 하반기 최선호주는 파두다. 빅테크와 NAND 고객사 간의 장기공급계약(LTA) 이행 여부가 하반기 실적 가시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채권 부문] ‘수급·매크로’ 꿰뚫은 채권 루키들
아직 정식 애널리스트 타이틀을 달지 않은 연구원(RA)이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일 수 있을까. 이번 주니어 평가에서 KB증권의 이정욱 RA는 단연 파란을 일으켰다. 애널리스트를 선정하는 조사에서 채권 매니저들의 압도적인 표를 받아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RA는 현재 KB증권 채권크레딧팀에서 해외채권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이미 그가 초안을 잡으면 사수인 임재균 팀장이 손질해 발간할 정도로 리서치본부 내에서는 일찌감치 그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 임 팀장과 함께 작성한 월보 ‘KB Bond In One 7월’은 채권 시장의 핵심 리스크와 기회를 관통하고 있다는 찬사를 받는다. 사수인 임 팀장은 그를 두고 “근면 성실하게 묵묵히 할 일을 다 하면서도 늘 겸손한 자세로 시장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는 연구원”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이 RA 역시 “다양한 자료를 적시에 발간하며 후배들이 막힐 때마다 좋은 길을 제시해 주는 임 팀장이 나의 롤모델”이라고 화답했다.
국내 크레딧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예인 한화투자증권의 한시화 애널리스트는 연구원 초기 차익거래 분야에서 다진 정교한 자금 수급 감각을 시장 분석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표면적 숫자 이면의 시장 심리와 논리를 파고드는 분석력이 그의 강점이다. 그는 상반기 보고서 ‘정부가 키우는 Niche Market’을 통해 첨단채·공급망채 등 정책 수혜를 받는 틈새시장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짚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등급별 차별화가 심화될 하반기 최선호 투자처로 공급과잉 우려가 없고 수급이 안정적인 ‘시중은행채(2~3년 단기구간)’를 제안했다.
박영훈 리서치센터장은 “업력이 1년 미만임에도 정부 정책 패러다임 변화를 파악해 주목도가 덜했던 시장을 발 빠르게 소개한 점이 주효했다”며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구축해 나가는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iM증권의 이승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크레딧 시장의 흐름과 거시경제 변수를 국내 상황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거시적 톱다운 분석이 강점인 신인이다. 그는 4월 발간한 보고서 ‘일본 초저금리 시대 종결과 도산 기업 증가의 함의’를 통해 일본의 금리인상과 기업 도산 현상을 고령화 및 DX·AX(인공지능 전환)라는 글로벌 구조적 패러다임과 엮어내며 화제를 모았다. 이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투자전략으로 금리와 환율의 단기 변동성이 잦아드는 타이밍을 노린 ‘분할 매수 접근’을 추천하며 조달비용 증가에 노출된 한계기업의 크레딧 리스크를 철저히 분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태봉 리서치센터장은 “크레딧은 경험 없이 접근하기 위험한 분야임에도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엉덩이가 매우 무거운 친구”라며 “부족한 경험을 정기적인 보고서 발간과 정성스러운 리퀘스트와 세미나로 보충했다”고 호평했다. [자산배분 부문] 틈새시장서 찾아낸 투자 나침반
자산배분 매니저들은 주식, 채권, 대체자산, 해외 자산의 ‘황금비율’을 설계하고 주기적으로 비중을 리밸런싱한다. 따라서 이들이 선정한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은 포트폴리오의 ‘초과 수익’과 ‘글로벌 분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산배분 매니저 관점에서 제조업 경기 사이클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엔터·레저 섹터는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추는 훌륭한 분산투자 수단이다. 허성규 애널리스트에 이어 2위에 오른 메리츠증권 김민영 애널리스트는 화려하고 변동성이 큰 엔터테인먼트·레저 시장 속에서 젊고 트렌디한 감각으로 자산의 가치를 발굴해 내는 신예다. 이진우 리서치센터장은 “엔터 산업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팬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분석만큼은 철저히 데이터로 접근하는 애널리스트”라며 “기업의 단기 실적보다는 산업의 방향성에 대한 통찰력과 인사이트를 갖춘 인재”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대형 아티스트의 월드투어 성과 가시화와 저연차 IP의 수익화 구간 진입이 맞물릴 하반기를 기점으로 엔터 업종의 실적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며 최선호주로 하이브를 꼽았다. 레저 업종 내에서는 성수기 효과와 제주 직항 노선 확대 수혜가 기대되는 롯데관광개발을 추천했다.
마지막 톱3에 오른 하나증권 김성은 애널리스트는 중국 상하이 푸단대 재무관리학과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실제 금융 업무 경험까지 장착한 중화권 시장의 정통파 신예다. 글로벌 포트폴리오 내 중국 자산 비중을 고민하는 매니저들에게 그의 리서치는 훌륭한 나침반이다. 김 애널리스트의 사수인 김경환 신흥국주식팀장은 “상하이 출신 중국통으로서 중국과 대만 증시, IT 산업에 대한 실시간 코멘트를 고객에게 기민하게 전달하는 인재”라며 “중국 정부 육성 산업(BCI) 인뎁스 자료 및 과창50 지수 심층 분석 등을 발간하며 시장에서 좋은 피드백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신뢰를 보냈다.
김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중화권 증시의 연중 신고가 경신 가능성을 전망하며 반내권(反內卷·과당경쟁 제한) 정책, 반도체, AI 응용, 첨단 제조업, 신형 인프라 투자 등 하반기 핵심 테마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정채희 기자 / 오승주·김세은 인턴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