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변호사는 수임료 2000만원을 받고도 위임계약서 작성을 미루고 수사기록 열람조차 하지 않는 등 사건을 방치했다. 의뢰인이 보내준 증거자료 원본을 분실하고, 입원했다고 거짓말을 하며 증인신문 기일에 불출석하기도 했다. 결국 A 변호사는 제명 처분을 받았다.
법무부는 의뢰인에게 중대한 정신적·재산적 피해를 입힌 변호사들에 대한 조사·징계를 강화한다고 9일 밝혔다. 매년 약 3회 개최하던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올해 6회까지 확대 실시하고, 심의방식을 효율화해 회차당 처리 건수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한 변호사협회로부터 인계받은 기록 만으로 징계 당부를 판단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최근 사건을 조사·검토하는 전담팀을 구성했다.
성실의무를 저버린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본인이 피의자로 수사 중인 사건에서 의뢰인에게 허위 진술을 해줄 것을 종용한 한 변호사는 최근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저렴한 수임료에 다수의 사건을 맡은 뒤, 잘못된 법률조언을 하고 수임료 반환을 요구하는 의뢰인들을 협박한 변호사는 정직 1년에 처해졌다.
변호사들 사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당한 기대를 유발하거나 공무원과의 연고 관계를 강조하는 등 부당 광고 문제도 확산하고 있다. B 변호사는 “승소 가능성이 90% 이상이고, 손해배상 부분은 99% 승소가 예상된다”고 장담하며 의뢰인을 끌어모았지만 결국 패소했다. 판사·검사·경찰 출신 변호사들이 소속된 한 법무법인은 ‘전관예우변호사 C 법인’이라는 표현으로 광고를 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접수되는 광고규정 위반 징계 사건은 2021년 1건에서 작년 88건으로 급증했다. 현재 법무부에 계류된 징계 사건 114건 중 79건(69.3%)이 광고규정 위반 사건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전관 변호사의 이력 표시 광고의 실질이 단순 프로필 표시를 넘어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암시하는 광고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며 “국민의 높아진 공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법조윤리의 기준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가 범죄를 일으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박향철 부장검사 직무대리)는 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도주한 D 변호사를 잠복수사 끝에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 D 변호사는 에스크로(제3 금융기관 예치 신탁) 보관금 3억원을 빼돌리려 한 혐의를 받는다. D 변호사는 당초 불구속 상태로 송치됐지만, 검찰은 그가 동종 범행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걸 감안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D 변호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기일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이틀간 밤새 잠복한 끝에 D 변호사를 검거하고, 이날 그를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