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폭락' 눈물의 증권주, 지금 팔아야 하나…반등 조건은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입력 2026-07-11 10:42


증권주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가 7000선까지 밀리는 등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거래대금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증권사 실적 전망도 크게 나쁘지 않지만 투자자들은 좀처럼 증권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의 수급 쏠림과 거래대금 피크아웃 우려가 맞물리면서 증권주가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다만 거래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순환매 국면이 나타난다면 증권주가 반등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새 40% 빠진 증권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증권 ETF는 지난달 42.7% 급락했다. 6월 6일 최고 3만4170원을 찍었고 20일 만인 26일 1만9570원까지 빠졌다. TIGER 증권 ETF 역시 2만3620원에서 1만3645원까지 떨어지며 42.2% 급락했다.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10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증권주는 시장에서 가장 소외된 업종 가운데 하나가 됐다는 평가다. 장영임 SK증권 연구원은 “증시 호황과 거래대금 증가라는 호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정작 가장 큰 수혜를 받아야 할 증권업종은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실적 전망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는데 주가는 약세를 이어가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증권주 부진의 이유로는 거래대금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다. 올해 초 거래대금은 전분기 대비 80%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증권사 실적도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증권주는 실적보다 미래를 먼저 반영하는 업종인 만큼 투자자들은 실적이 꺾이기 전에 먼저 차익실현에 나섰다.

실제로 연초 증권주 강세를 이끌었던 재료도 상당 부분 소멸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투자자산 평가이익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관련 이벤트가 마무리되면서 상승 동력이 약해졌다. 거래대금 증가세 둔화 전망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었다는 분석이다.

‘수급 쏠림’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거래대금과 증권주는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2000년 이후 거래대금이 감소한 이후 증권주가 하락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현재처럼 거래대금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도 증권주가 먼저 조정받은 사례는 2011년이 꼽힌다. 당시 자동차·화학·정유 업종으로 불리는 일명 ‘차화정 랠리’가 펼쳐지면서 해당 섹터로 자금이 집중돼 거래대금은 늘었다. 그러나 수급이 특정 업종으로 극단적으로 쏠리며 증권주는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올해 국내 증시도 반도체가 사실상 독주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기대감에 자금이 반도체와 일부 IT 종목으로 집중됐다. 지수는 상승했지만 상승을 이끈 종목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증권주는 실적 개선에도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 분석이다. 장 연구원은 “2011년과 지금의 반도체 장세는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며 “최근 증권주의 부진은 업황 악화보다 수급 왜곡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레버리지 ETF 규제가 악재 될 수도

시장에서는 거래대금 증가율 둔화 자체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ETF를 포함할 경우 약 117조원에 달한다. 과거 어느 상승장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더라도 절대 규모가 유지되는 한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은 견조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주는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이면서도 기대를 선반영하는 업종이다. 실적이 좋아졌다고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실적이 얼마나 더 좋아질 수 있는지를 먼저 평가한다. 시장이 거래대금 증가율 둔화를 예상하는 순간 주가는 실제 실적보다 먼저 움직인다. 올해 증권주 부진도 실적 악화보다는 기대치 하향이 선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실적 기반은 여전히 견조하다. 브로커리지 수익뿐 아니라 고객 예탁금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 자산관리 수수료, 운용이익도 꾸준히 늘고 있다. 거래대금이 급격히 감소하지 않는 한 실적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반등의 핵심 변수로 ETF 시장에 주목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일반 주식보다 ETF 거래가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거래대금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일반 주식 거래는 5~6월 다소 줄었지만 ETF 거래가 급증하면서 ETF를 포함한 전체 거래대금은 오히려 증가세를 이어갔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처럼 거래 자체가 식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ETF 성장은 증권사 간 경쟁 구도도 바꾸고 있다. 기존 브로커리지 시장은 키움증권이 강세를 보여왔지만 ETF 거래까지 포함하면 한국투자증권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에서 DMA(직접시장접속) 서비스 경쟁력이 부각된 영향이다. 기관과 알고리즘 투자자의 거래가 늘어날수록 관련 인프라를 갖춘 증권사의 경쟁력도 향상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리테일 고객 기반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ETF와 해외주식, 알고리즘 거래 등 새로운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증권사 실적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ETF 규제 강화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높은 회전율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자 교육 강화나 기본예탁금 상향 등이 현실화할 경우 거래 증가세는 둔화할 수 있다. 반면 외국인 통합계좌의 ETF 투자 허용은 새로운 호재다. 외국인 자금이 ETF 시장으로 유입되면 거래대금은 한 단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저평가 매력 부각…“다양한 수익원 갖춘 증권사 주목”

증권사 밸류에이션에도 관심이 쏠린다. 상당수 대형 증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1배를 밑돌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크게 개선됐지만 주가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거래대금 피크아웃 우려가 과도하게 선반영되면서 오히려 저평가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증권주 반등 여부는 거래대금의 절대 규모보다 거래가 얼마나 다양한 종목과 상품으로 확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금처럼 반도체에만 자금이 집중되면 증권주는 계속 소외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순환매 국면으로 접어들고 거래가 코스닥과 중·소형주, ETF 등으로 확산한다면 증권주가 가장 먼저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정책도 변수다. 금융당국은 외국인 ETF 투자 확대와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 승강제 도입과 저유동성 종목 정비 등이 시행되면 시장 회전율이 높아지고 거래도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에는 긍정적인 환경이다. 거래대금 증가만 기대하기보다 브로커리지와 WM, 운용 등 다양한 수익원을 갖춘 증권사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증권주가 시장 주도주로 복귀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거래대금은 여전히 역사적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실적 기반도 견조하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이 반도체에서 다른 업종으로 확산하는 순간 증권주가 뒤늦게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