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선수들 "스벅 탱크데이, 5·18 관련성 몰랐다" 주장

입력 2026-07-09 08:01
수정 2026-07-09 09:15

광주제일고와의 경기에서 5.18 민주화운동 조롱 파문을 일으킨 배재고 야구부 학생 선수들의 응원 구호가 "혐오 표현인지 몰랐다"는 취지의 경위서를 제출했다.

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배재고 야구부 학생 선수 36명의 경위서에는 학생 선수 대다수가 '스타벅스' '탱크데이' 등 발언이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담겼다. 다만 "역사적 맥락을 모르고 한 발언이지만, 반성한다"고 진술했다.

"스타벅스 가야지"를 선창한 A군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입장이다. A군은 경위서에 "오직 팀 분위기만을 생각했고, 광주를 비하하고자 하는 마음은 절대로 없었다"며 "문득 광주 스타벅스 논란이 생각나 그런 파이팅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또한 "경기가 끝나고 난 뒤 큰 잘못을 했다고 느꼈고, 광주 시민들과 학교 관계자분들께 큰 죄책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탱크데이"를 외친 B군 역시 "몰랐다"는 입장이다. B군은 "스타벅스에서 탱크데이 이벤트를 했던 게 기억이 났다"며 "5·18과 관련이 있는지 몰랐고, 스타벅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대방을 비하하고 조롱하려고 소리 지른 건 아니다"며 "잘못을 인지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일부 학생들은 비하 표현임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다. 한 배재고 학생은 "경기 중반쯤 '스타벅스 빵야'라는 구호가 나와, 애들한테 '스타벅스가 갑자기 왜 나오냐'고 물었고, 5·18 광주에 대한 것이라고 해서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도 "스타벅스 얘기를 들었고, 나는 이건 아닌 것 같아 A군에게 '야 이건 아니지. 하지 마'라고 경고했다"고 했다.

일베식 '~노' 표현, 호남 지역 비하하는 조롱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중 넘어진 광주일고 투수에게 "'왜 그라노', '어젯밤에 뭐했노'라고 도발했고, 화가 난 광주일고 코치님이 더그아웃에서 나와 '많이 참았다. 적당히 하라'고 하셨다"는 배재고 학생의 진술이 경위서에 기재돼 있었다.

또 다른 학생도 "스타벅스 파이팅 당시엔 상대팀 코치님이 뭐라고 안 했는데, '뭐하노' 이후에 '너희 파이팅만 하라'며 소리 질렀다"고 했다.

논란이 된 "스타벅스 가야지"는 경기 후반에 등장했지만, 이전부터 이러한 조롱성 응원은 계속됐다. 한 학생은 "경기 시작 초반부터 상대를 조롱하는 파이팅을 우리팀이 몇 번 했고, 중간에 심판이 우리팀을 향해 경고했다"며 "상대팀 1루 주루코치님도 조롱하지 말라고 몇 번 경고를 계속 주셨다"고 했다.

또 "2회인가 3회쯤에 갑자기 '스타벅스 가야지'가 나왔다", "4회 공격 때 스타벅스 이야기를 하다가 누군가 큰 소리로 '탱크데이'라고 말했다" 등의 진술도 있었다.

배재고는 논란이 된 응원 구호를 외친 A·B군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6일엔 광주일고를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고, 광주일고는 이튿날 배재고 야구부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측은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를 외치며 6개월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다만 배재고 측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키로 했다. 재심이 접수되면 심의가 열리기까지 최소 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