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앤 경찰 아빠 '친족특례' 적용 논란

입력 2026-07-08 18:16
수정 2026-07-08 23:57
광주 여고생 살해 피의자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형법상 ‘친족 특례’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씨가 구속수사를 받는 동안 현직 경찰관인 부친이 성범죄 혐의의 핵심 증거로 지목된 리얼돌과 휴대폰 등을 폐기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친족 특례에 따라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면 형사 처벌 면제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은 범인을 숨기거나 도피하게 한 경우(151조), 또는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한 경우(155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범인을 위해 한 행위라면 처벌하지 않는 예외를 뒀다. 가족을 감싸려는 심리까지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다. 가족에게 불리한 진술이나 협조를 강요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친족 특례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관인 장씨 부친은 아들이 구속된 뒤 핵심 증거를 폐기했지만 친족 특례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청은 대신 장씨 부친에 대해 직위해제와 징계 등 내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친족 특례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형법상 범인은닉죄와 증거인멸죄에 적용되는 친족 특례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 의원은 “변화한 시대 흐름에 맞춰 형법상 친족 특례 제도를 폐지해 강력범죄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953년 생긴 특례, 지금도 맞나친족 특례와 관련해 논란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4월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된 직후 도주한 20대 남성 A씨를 5개월 만에 재검거했다. 가족은 은신처 마련, 금전적 지원 등 A씨가 경찰 추적을 피하도록 도운 것으로 조사됐지, 경찰은 친족 특례에 따라 가족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못했다.

비슷한 문제의식은 이미 재산범죄 영역에서도 제기됐다. 가족 간 절도·사기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해주던 친족상도례 조항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이후 국회는 친족 간 재산범죄를 일률적으로 면책하는 구조를 정비하는 형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해외와 비교해도 한국의 친족 특례는 자동 면책 성격이 강하다. 일본 형법은 친족이 범인이나 도피자를 위해 범인은닉·증거인멸을 한 경우 ‘형을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원이 사건의 경중과 행위자의 지위 등을 보고 면제 여부를 판단할 여지가 있는 구조다. 독일도 친족을 위한 처벌 방해에 면책 규정을 두고 있지만, 공무원이 직무상 형사절차와 관련해 처벌 방해를 한 경우 별도 조항으로 규율한다.

전문가들은 친족 특례의 입법 취지는 이해하더라도 중대범죄 수사 방해까지 일률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친족 특례는 형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땐 국민 정서와 사회관계상 합당했지만 이젠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며 “친족 간이라도 악의·고의로 범죄를 은폐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면 국가 형벌권에 막대한 침해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의자의 권리가 과거보다 많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증거인멸과 조작, 은폐까지 형법이 보호해줘야 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가족 간 인지상정보다 공익이 우선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