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의 상선 공격을 이유로 이란 공습을 재개하자 양국 간 군사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중동 지역 미군 기지를 타격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군사 충돌에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종전 양해각서(MOU) 협상 재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 공방 주고받는 미국·이란7일(현지시간) 미국 중부사령부는 SNS에 “이란이 국제 해역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승선한 상선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한 데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강력한 공습을 개시했다”며 “이란 목표물 80개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의 공격은 명백한 휴전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공습이 지난달 17일 종전 합의 후 감행된 공격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전했다.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이란은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 사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상선 3척을 공격했다. 해당 선박들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운반하던 카타르 선박과 사우디아라비아 및 라이베리아 국적 유조선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는 “기뢰 제거 작업 중인 지역에 진입했기 때문에 이란군의 표적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에 공습을 개시하기 직전 미국 재무부는 이란산 원유 관련 제재도 복원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17일까지 모든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앞서 미국은 이란과 MOU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이란산 원유의 해외 판매를 60일간 허용했다. 이는 핵 프로그램 해체를 목표로 하는 후속 협상에 이란을 참여시키기 위한 핵심 인센티브 중 하나였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 직후 바레인과 쿠웨이트 내 미군 기지를 타격하며 즉각 보복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주요 미군 시설 85곳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 불안정한 MOU 문제 드러나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커지자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직전 거래일보다 3% 오른 배럴당 74.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76달러까지 뛰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 인도분 선물도 2.8% 상승한 배럴당 70.4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맺은 양국 MOU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시장이 재확인하면서 유가가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WSJ는 “이번 사례는 잠정 합의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뒀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부과 여부를 두고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MOU 합의 이후 소폭 늘어난 호르무즈해협 선박 통행량이 다시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선박 추적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사흘간 선박 통행량은 총 108척이었다. 전쟁 발발 직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하루 두 척 정도로 급감했다. 전쟁 전에는 하루 120~140척이 지나갔다.
양측이 서로 MOU를 먼저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종전 협상에도 작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이란은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협상을 지연할 가능성도 있다. 앤드루 잭슨 오르투스어드바이저스 전략책임가는 CNBC에 “11월이 다가올수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이란의 협상 우위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번 군사 공방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 장례 일정에 이뤄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란 국민 수백만 명이 단결해 하메네이의 업적을 기렸다”며 “위협이 계속된다면 최종 합의에 관한 협상은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WSJ에 따르면 미국은 최종 합의를 위해 이란과의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