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어 中도 첨단AI 수출 통제 추진…'소버린AI 기폭제' 되나

입력 2026-07-08 19:00
수정 2026-07-08 20:01
중국이 자국 첨단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한 해외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중국도 AI를 국가 자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각국의 자체 AI 모델 개발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수출 통제 맞대응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최근 한 달간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즈푸AI 등 중국 프런티어 AI 기업과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앞으로 출시되는 폐쇄·개방형 모델 모두 제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AI 기술 유출을 국가안보법 위반 행위로 규정하는 안과 중국 AI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주체를 자국 기관 및 기업으로 제한하는 안이 거론됐다.

최근 중국에서 AI 규제를 주제로 열린 법률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기본적인 개방 모델은 간단히 신고하고, 고도화된 기술은 보안 심사 절차를 거치도록 하며, 최첨단 모델은 공개 출시를 금지하거나 해외 사용을 제한하는 등 3단계 규제 방식이 논의됐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미국 정부가 첨단 AI 모델 수출을 통제하자 이에 맞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중국 당국은 최근 앤트로픽이 출시한 미토스 같은 첨단 AI 모델이 자국 사이버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실리콘밸리 80%가 中 AI 사용”중국 정부의 조치가 실행되면 글로벌 기업의 AI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저비용 중국 모델에 의존해온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부터 대체재를 찾아야 한다. 글로벌 AI 모델 중개 플랫폼인 오픈라우터에서 중국 5개사(딥시크 알리바바 즈푸AI 미니맥스 샤오미)의 AI 모델 점유율은 2024년 말 0%에서 올해 5월 61%로 급등했다. 오픈라우터는 400개가 넘는 오픈형 AI 모델을 골라 쓸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용자가 1000만 명이 넘는다.

중국 AI 모델의 경쟁력은 딱히 뒤처지지 않는 성능에 저렴한 가격이다. 딥시크 V4프로를 앱에 연결하는 비용은 앤트로픽 클로드 오퍼스4.8 대비 최대 25분의 1 수준이다. 미국 AI 기업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연구 인력을 총동원해 AI 모델을 구축하면 중국 기업은 사실상 이를 베끼는 ‘증류’로 비용을 낮춘 결과다. 중국 정부는 자국산 AI 칩을 쓰는 데이터센터에 전기요금을 지원하며 중국 AI 모델의 가격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모델 정보를 공개해 쉽게 개량해 쓸 수 있다는 점도 중국 AI 모델이 선호되는 이유다. 미국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는 최근 자사 서비스에 연결된 AI 모델을 오픈AI GPT-5에서 알리바바 큐웬3.5로 바꿨는데, 비용을 75분의 1로 절감하면서도 쇼핑 플랫폼에 맞춰 자체 AI 모델을 설계했다. 숙박 공유 기업 에어비앤비(큐웬)와 AI 코딩 도구 개발사인 커서(문샷 키미2.5)도 중국산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구축했다. 미국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마틴 카사도 파트너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80%가 중국산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소버린 AI 정책 힘받을 듯중국 정부가 자국 AI 모델을 통제하면서 미국 기업이 받을 피해를 지렛대 삼아 외교에 활용하려 한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지난달 12일 안보상 이유로 앤트로픽의 첨단 AI 모델 미토스5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제한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첨단 GPU에서 첨단 AI 모델로 확대된 것이다. 루이 마 테크버즈차이나 창업자는 “미국이 첨단 AI 모델을 전략 자산으로 취급한다면 중국도 협상력을 얻기 위해 같은 방식을 취하는 게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에 이어 중국 정부도 AI 모델을 통제하자 각국이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한국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가 정책으로 밀어붙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프랑스는 AI 모델 개발사 미스트랄을 통해 오픈소스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의 오픈웨이트 모델인 젬마를 사용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자체 서버에서 운영이 가능한 ‘키이우스타’를 개발 중이다.

실리콘밸리=김인엽/베이징=김은정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