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37거래일 만에 1500원 아래로 내려왔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에 따른 대규모 달러 유입 기대와 대한민국·일본 간 외환 공조 분위기가 전해진 영향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전날 대비 29.7원 내린 달러당 1498.5원에 마감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500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5월29일(1494.9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장 초반만 해도 환율은 1520원 선을 두고 등락했다. 개장 전에도 외국인의 주식시장 매도세와 엔화 약세, 중동 긴장감 고조 등을 반영하며 상승 압력을 더 강하게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오전 중 하락세로 전환한 뒤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을 키워 37일 만에 1490원대 마감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의 주된 동력으로 SK하이닉스의 ADR 발행 관련 수급을 꼽았다. 향후 유입될 대규모 달러 자금을 앞두고 선물환 매도(달러 매도, 원화 매입) 물량이 미리 유입되면서 환율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통상 대형 공모나 해외 자금 유입이 예정돼 있을 때 외환시장에서는 이를 선반영한 수급이 먼저 움직이기도 한다.
이달 들어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환율 상승을 유발하던 대외 악재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환율이 하향 흐름을 보이면서 추세 전환이 이뤄질지, 변동성이 확대될지를 두고 시장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 이코노미스트는 "SK하이닉스의 ADR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가 환율에 선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아직 자금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시장에선 자금이 들어오면 환율이 크게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이 형성돼 있다"고 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은 약 300억달러 규모의 신규 달러 공급 이벤트라는 점에서 외환시장 파급력이 작지 않다"며 "달러 조달자금이 단기간에 대부분 원화로 환전될 경우, 역내 수급 구도는 공급 우위로 급격히 전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 외환당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소식도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미무라 아쓰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도쿄 마루노우치에서 열린 한국투자공사(KIC) 도쿄지사 개소식에 참석해 "최근 외환시장을 포함한 시장 동향에 대해 한국 측 카운터파트(외환당국)와 특히 긴밀히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미스터 엔'으로 통하는 미무라 재무관은 일본의 외환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도 "한·일 양국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수시로 연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