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5조 방산 시장' 빗장 풀리나…韓-나토, '조달기본협정' 협상 돌입

입력 2026-07-08 14:57
수정 2026-07-08 15:00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연간 15조원 규모의 나토 공동조달시장 진출을 위한 '조달 기본협정' 체결 협상에 공식 착수했다.

협정이 타결되면 국내 방산기업들이 글로벌 거대 군사동맹의 공급망 자체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튀르키예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7일(현지 시간) 앙카라에서 면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나토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확보한 것"이라며 "기존에 옵서버로 참여하던 '탄약 공급' 사업에 더해 '방산' 및 '원자재' 사업에도 옵서버로 추가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역시 이날 '나토 방산포럼'에 참석해 "국가마다 표준과 생산 방식이 다르다"며 나토가 추진 중인 표준화 흐름에 발을 맞춰 우리 방산 제품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전했다.

다만 업계에선 이번 발표가 '협정 체결'이 아닌 '협상 개시' 단계라는 점에 주목하며, 실질적인 실익을 챙기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수천 개에 달하는 나토 규격(STANAG)에 맞춰 한국형 독자 무기체계의 통신·보안·탄약 규격을 동기화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상당한 설계 변경 비용과 시간적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독일 등 기존 나토 시장을 주도하던 유럽 전통 방산 강국들이 역외 국가인 한국의 진입을 막기 위해 까다로운 규제 장벽을 들이밀며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의사결정권이 없는 '옵서버' 자격의 한계를 넘어 실질적인 입찰 권한과 지위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향후 협상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협력이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선을 그었다.

청와대 측은 "무기 체계 공동 운영으로 유지비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한국이 나토 체제 내부로 편입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파트너국으로서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순방 이틀째인 8일 노르웨이,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주요국 정상들과 연쇄 양자 회담을 갖고 신재생에너지, 반도체, 원전 등 첨단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