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와 교육부가 8일 초·중등 교육의 핵심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 개편 여부를 두고 맞붙었다. 기획예산처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내국세 연동 구조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교육부는 학교가 급식, 돌봄 등 해외에서는 담당하지 않는 기능까지 담당하면서 그 역할이 확대된만큼 연동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교부금 개편'을 주제로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진행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연도별 교부금이 급등락하면서 교부금 안정성에 문제를 야기한 사례가 많았다"며 "내국세의 20.79%를 교부하는 현 제도가 지속 가능한지, 한정된 재원을 균형 있게 활용할 방안이 없을지 지켜볼 시점"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초선 의원 시절 교육 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률을 22%까지 올리는 법안을 발의한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재정은 국가, 국민의 것이고 가장 효율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며 "때로는 칸막이를 만들고 헐기도 해서 효율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교육을 '경제적 논리'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 장관은 "최근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교육 환경의 변화 속에서 교육재정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발맞춘 '합리적인 재정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교육부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논의가 '아이들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경제 논리나 수치상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대신 초·중·고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교육 재정을 고등교육(대학), 영유아 교육, 평생교육 등 교육 전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칸막이를 없애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최 장관은 "교육 투자의 안전망인 20.79% 틀을 기본으로 하고 기준을 초과하는 재정이 있다면 고등교육, 영유아 교육, 평생교육 같은 교육 전반으로 넓혀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정근식 교육감도 "이재명 정부가 20.79%를 헐어서 줄였다고 할 때 역사적, 사회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병력이 감소했다고 국방비를 줄이지 않듯이 학령인구 감소를 근거로 (교육교부금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교육교부금 연동 구조를 '자동이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그는 "학생 수가 줄었고 앞으로 더 줄 것인데 세금이 잘 걷힌다는 이유로 큰 금액을 자동이체하는 것이 국가재정 관점에서 올바른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과거의 학교가 단순히 '가르치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학교는 돌봄, 복지, 정서지원, 안전관리까지 담당하는 기관으로 변화했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OECD 대비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다고 하지만, 무상 급식·방과후 돌봄·안전관리 등 외국에서 하지 않는 활동이 포함된 수치"라며 "반대로 질문하면 현재 학교에서 하고 있는 급식과 돌봄을 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방식은 다르지만 기획예산처와 교육부 모두 대학 교육과 영유아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뤘다. 유재준 서울대 교수는 "우리가 미래 패권을 지키느냐, 아니면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하느냐는 오롯이 대학에 달려있는데 고등교육은 심각한 재정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며 내국세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에 의무적으로 배정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제안했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영유아기는 교육 투자의 출발점으로 이때 발생한 돌봄 격차는 학습 격차, 건강 격차, 사회 불평등으로 누적된다"며 교육교부금의 지원 대상에 영유아를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