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 손흥민(LAFC),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인범(페예노르트). 소속팀 간판만 나열해도 한국축구 역사상 최고 '황금세대'라 칭송받던 그들은 어째서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는가…전술뿐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균열'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기간 멕시코 현장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을 밀착취재한 일본 재일동포 축구전문가 신무광 기자가 지난 6일 일본 스포츠전문지 넘버에 게재한 3부작 기사 중 일부다. 신 기자는 미즈노 스포츠라이터 최우수상 수상자이자, 지난해 홍명보 한국 감독과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특별 대담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신 기자는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폭로한 팀 내 불화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진 의원은 1일 대한축구협회 밀실행정과 부패비리제보센터를 통해 팀 내 불화와 관련된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터뷰 보이콧과 관련된 이견이 손흥민과 이재성의 선발 출장 불발로 이어졌다고 했다.
국가대표팀의 인터뷰 보이콧은 지난달 7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훈련장에서 손흥민의 병역 특례를 조롱하는 몇몇 취재진의 대화를 한 방송사가 실수로 유튜브에 내보내면서 불거졌다. 이를 들은 선수단은 체코와의 1차전 승리 이후 인터뷰를 보이콧했다. 디 애슬레틱,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서도 해당 사건이 보도됐다.
이후 보이콧을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를 두고 손흥민, 이재성(마인츠)은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다른 몇몇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오랫동안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손흥민과 절친한 동기인 이재성은 대한축구협회 측에 보이콧 연장을 주장했지만, 홍명보 감독은 멕시코전이 끝난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이제 인터뷰를 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멕시코전 이후 선수들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손흥민과 이재성은 하지 않았다. 특히 이재성은 이날 도핑 검사 때문에 인터뷰에 참석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이후 팀 내 갈등이 더 커졌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었다.
신 기자는 일부 취재진의 조롱 음성을 들은 손흥민이 격분했고, "체코전 이후 한국 미디어의 취재를 완전히 거부하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진짜 문제는 손흥민과 미디어의 갈등이 팀 전체로 번지면서, 다른 선수들마저 미디어 취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됐다는 점"이라며 "기자단 대표가 선수단 앞에서 사과하는 이례적인 사태로 번졌지만, 손흥민과 동세대인 이재성 등이 수긍하지 않아 대표팀이 취재에 응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일주일 가까이 지속됐다.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팀에 명백히 불필요한 잡음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불필요한 공기가 고스란히 이어진 멕시코전에서 골키퍼 김승규와 수비수 이기혁이 엉키는 뼈아픈 실책이 터졌다"고 분석했다.
신 기자는 "미디어와의 갈등, 스타 선수 의존, 세대 간 거리감,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불신과 감독 선임 과정 논란 등 여러 문제가 월드컵이라는 극한의 무대에서 한꺼번에 폭발했다"며 "그것이 한국 축구의 북중미 월드컵이었다"고 했다.
특히 홍 전 감독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며 "팀을 끝까지 하나로 묶지 못한 책임도 분명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공항에서 홍 감독에게 쏟아진 야유와 고성이 모두 공정한 비판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손흥민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했고 대표팀의 상징이었다"며 "하지만 그의 존재가 너무 커지면서 한국 축구는 손흥민 중심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그 의존에서 벗어날 것인지라는 중요한 결정을 계속 미뤄왔다"고 했다.
이어 "비기기만 해도 조별리그 통과가 확정되는 남아공전에서 홍 감독은 절대적 에이스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대단히 큰 도박을 감행했다. 전술적 선택이라고 적어도 감독은 그렇게 믿고 있었지만, 결과는 잔혹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