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비자와 시장경쟁을 함께 지키는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

입력 2026-07-08 10:53
플랫폼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특정 기업을 규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후생을 높이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따라서 플랫폼 규제는 기업의 국적이나 규모만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실제로 소비자 선택권과 시장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심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오늘날 플랫폼은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과 편의를 제공하고, 소상공인에게는 국경을 넘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동시에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분쟁, 시장 지배력 남용, 소비자 피해 문제가 반복되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문제는 규제의 필요성 자체가 아니라, 어떤 방식의 규제 설계가 소비자 보호와 공정 경쟁이라는 정책 목표를 실제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느냐이다. 특히 플랫폼은 소비자, 판매자, 물류, 결제, 데이터가 연결된 복합 생태계이기 때문에 한쪽에 대한 규제 변화가 다른 영역의 가격, 서비스, 투자 결정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규제는 법적 명분뿐만 아니라 시장에서의 실제 작동 방식까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소비자 관점에서도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시장은 더 이상 국내 사업자들만 경쟁하는 폐쇄적 시장이 아니다. 국내 기업은 물론 다양한 해외 기반 플랫폼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진입하면서 시장은 빠르게 글로벌 경쟁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일부 해외 플랫폼은 이미 국내 이용자 기반을 빠르게 확대하며 소비자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고, 다른 사업자들도 초저가 상품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전략이 단순한 가격 경쟁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류 인프라 투자, 한국 셀러 유치, 국내 브랜드 입점 확대 등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 안으로 점차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과 가격 경쟁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국내외 사업자에게 동일한 기준과 책임이 적용될 수 있는지, 규제 집행의 형평성이 확보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제도 제기한다.

동일한 시장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플랫폼 사업자는 소비자 보호, 공정거래, 개인정보 관리 등 기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사업자의 법적 책임 구조, 데이터 관리 체계, 물류·판매 구조, 분쟁 대응 창구 등에 따라 감독과 제재의 실효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규제는 의도와 달리 시장의 공정성을 높이기보다, 규제 준수 능력과 집행 가능성의 차이에 따라 경쟁 조건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논의는 규제의 강도보다 집행의 균형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격이나 거래조건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식보다, 소비자 피해 가능성, 입점업체와의 거래 투명성, 개인정보 보호, 분쟁 해결 체계 등 실질적인 책임 이행 여부를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즉, 규제는 기업의 유불리가 아니라 소비자의 권익과 시장의 지속가능한 경쟁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 보호와 공정 경쟁이라는 본래의 정책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해외 기반 플랫폼의 초저가 상품, 낮은 수수료, 공격적인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가격 혜택을 제공한다. 이는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특정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와 판매자의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협상 구조와 경쟁 질서가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 후생은 단기적인 가격 인하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경쟁하고 혁신할 수 있는 시장 구조에서 나온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후생은 단순히 가격이 낮은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안전한 거래 환경, 다양한 선택권, 지속적인 혁신이 함께 유지될 때 소비자 후생은 장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더 깊이 살펴봐야 할 문제는 데이터와 디지털 주권의 영역이다. 플랫폼을 통해 축적되는 소비자 데이터, 구매 패턴, 위치 정보, 검색 기록은 단순한 상업 정보가 아니라 향후 유통, 금융, 광고, 인공지능 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소비자의 데이터가 어떤 법률 체계 아래에서 관리되고 활용되는지, 소비자 권리가 충분히 보호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소비자 후생과 시장의 지속가능한 경쟁이다. 한국 시장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와 입점업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든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소비자 보호와 공정거래에 관한 동일한 기준과 책임이 적용되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논의는 단순히 플랫폼을 규제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소비자 보호와 공정한 경쟁, 그리고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시장 질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다.

결국 플랫폼 규제는 특정 기업을 보호하거나 불리하게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소비자가 안전하게 거래하고 모든 사업자가 공정한 규칙 아래 경쟁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어야 한다.

글 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