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걸 풀어주면 어떡해"…아파트 거실서 잡은 뱀 방생한 이유 [진영기의 커뮤 레이더]

입력 2026-07-07 14:04
수정 2026-07-07 14:30

“저걸 풀어주면 어떡해.”

소방이 가정집 거실에서 포획한 뱀을 풀어준 것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뱀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놀랍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방생한 건 더 문제라는 분위기가 많다. 뱀은 영물이라 풀어주는 게 옳다는 엉뚱한 주장도 제기됐다. 현장에서 생포한 뱀을 놔줘도 문제가 없는지 알아봤다.

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일 경기 양주에서 벌어졌다. 한 아파트 가구 내 거실에서 길이 1m가 넘는 뱀이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뱀을 포획했고, 다친 사람은 없었다. 신고자는 거실에 누워 있다가 이상한 소리가 나서 이불을 들춰보니 뱀이 있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잡은 뱀을 인적이 드문 인근 하천에 방생했다. 네티즌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위험한 동물을 왜 풀어주냐’는 취지다. 해당 뱀이 외래종으로 추정되기에 내보내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뱀을 풀어준 배경에는 소방 매뉴얼이 있다. 소방의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는 포획한 야생동물을 관련 기관에 인계하거나 인근 야산 등 적정 지역에 방사하도록 규정한다. 동물이 다쳤거나 멸종위기종인 경우에만 별도 기관에 인계하도록 돼 있다. 현장 판단에 따라 방생이 가능한 셈이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소방은 뱀을 포획하면 방생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지난 2024년 6월 경기 김포시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포획된 뱀도 인근 풀숲에 방생했다. 같은 달 전남 화순의 한 공공기관에 출몰한 뱀도 포획 후 인근 야산으로 옮겨졌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살처분은 불가능하다. 영물이라서가 아니다. 뱀은 조건부 살처분이 가능한 ‘유해야생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해야생동물은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이다.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은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하거나 사살할 수 있지만, 뱀은 유해야생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살처분하는 것은 불법이다. 현재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동물은 참새, 까마귀, 고라니, 멧돼지, 두더지 등 18종이다.

양주에서 발견된 뱀은 온몸이 검은 모습이다. 네티즌들은 이 뱀을 외래종인 블랙 킹스네이크(검은왕뱀)로 추정했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백색목록에 지정된 블랙 킹스네이크는 사육할 수 있다. 국내 생태계와 공공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판단된 종이 백색목록에 등재된다. 백색목록에 없는 야생동물은 포획, 사육,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백색목록 등재 여부와 별개로 향후 소방은 야생동물 포획 과정에서 외래종 여부를 철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소방청 관계자는 “동물포획 활동 중 외래종으로 의심되는 경우 각 지역 야생동물협회와 협조해 적절히 처리하겠다”며 “현장 인력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