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06일 18:2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포기했다. 지난해 초 이지스 경영권 매각 절차가 시작된 뒤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됐지만, 가격 협상에서 끝내 눈높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는 이날 오후 이지스자산운용 측에 인수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힐하우스는 최근까지 법률 자문단과 함께 인수 조건을 놓고 협상을 이어갔지만, 최종 가격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은 지난해 초 창업자인 고 김대영 전 의장 측 지분이 시장에 나오면서 본격화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의 경영권 거래라는 점에서 초기부터 시장의 관심이 컸다. 이후 1조1000억원을 제시한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거래가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실사와 협상 과정에서 변수들이 잇따라 불거졌다.
가장 큰 쟁점은 밸류에이션이었다. 이지스는 국내 오피스·물류·개발형 부동산 투자에서 압도적인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운용사다. 다만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 이후 일부 운용 자산의 가치가 흔들렸고, 펀드 만기 연장과 리파이낸싱 부담도 커졌다. 일부 자산에서는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는 등 운용 리스크가 부각됐다. 인수 후보 입장에서는 기존 평가액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셈이다.
매각 과정에서 법적 분쟁도 거래 불확실성을 키웠다. 태광그룹 측은 이지스 경영권 거래와 관련해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여기에 주요 출자자인 국민연금이 일부 위탁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기관투자가 신뢰 회복도 과제로 떠올랐다. 이지스 내부 경영 안정성과 플랫폼 가치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인수 이후 부담해야 할 리스크를 두고 매도자와 인수자 간 시각차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IB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 무산으로 이지스 매각 작업이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도 측이 곧바로 새 원매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기보다는 시장 상황과 운용 실적, 소송 변수 등을 지켜보며 재추진 시점을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힐하우스와의 협상이 막판까지 이어졌지만, 가격에 대한 간극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지스의 플랫폼 경쟁력 자체보다 인수 후 감내해야 할 리스크를 얼마로 평가할지가 핵심 쟁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전 무산은 국내 부동산 운용업계 전반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남길 전망이다. 이지스는 국내 기관투자가 자금으로 성장한 대표 운용사인 만큼, 경영권 매각은 단순한 주주 교체를 넘어 부동산 대체투자 시장의 신뢰 회복과도 맞물려 있다. 힐하우스가 발을 빼면서 이지스는 당분간 독자 경영 체제에서 자산 관리와 LP 대응, 법적 리스크 해소에 집중할 전망이다.
민경진/송은경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