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땐 주주동의 필수…물적분할 된 HD현대로보 '험로'

입력 2026-07-06 17:45
수정 2026-07-13 14:44
6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자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HD현대로보틱스처럼 물적분할로 세워진 기업은 ‘3%룰’을 적용한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에 비해 인수합병(M&A)으로 설립된 LS그룹의 에식스솔루션즈, 아직 매출이 많지 않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은 상장 추진에 숨통이 트였다. 중복상장 규제로 상장을 통한 엑시트(자금 회수)가 힘들던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털 사이에서도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 모회사 이사회에 ‘5대 의무’ 부과앞으로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의 이사회는 △주주 영향평가 △주주 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및 주주 동의 확인 △이사회 찬반 결의 및 자회사 통지 △단계별 공시 등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후 3인 이상의 독립적 특별위원회 심의·의결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최대 10억원의 제재금과 1일의 매매거래정지 처분을 받는다. 공시 의무를 위반해 벌점이 누적되면 상장폐지 심사를 받을 수도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물적분할 기업과 신설 법인의 상장을 동일한 잣대로 묶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이를 수용해 물적분할 자회사가 아닌 경우에는 주주 동의가 없더라도 한국거래소에서 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일반 자회사의 주주 보호 필요성을 판단할 때는 자회사 사업의 자금 조달 필요성, 첨단산업 여부, 모·자회사 관계 형성 기간, 매출·자산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다. 다만 지배주주의 지배력 유지나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목적만을 위한 중복상장은 주주 보호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해 거래소 심사를 엄격하게 하기로 했다.

모회사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 비중이 모두 10% 미만인 저비중 기업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투자자 보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한다. 상장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초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프리IPO(상장 전제 자금 조달)가 그나마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산업은 상장 심사 과정에서 중복상장의 정당성을 폭넓게 인정해줄 방침이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산업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은 오는 14일까지 예고 기간을 거친 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시행될 예정이다. ◇ 기업별 IPO 전략 재편 분주제도 변화에 따라 주요 대기업 계열사의 IPO 전략이 세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된 HD현대로보틱스 등은 모회사 주주 동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만큼 주주 소통 방식을 포함한 세밀한 주총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반면 M&A로 편입된 법인이나 신설 법인은 주주 동의를 구하되 주주 동의를 구하지 못했더라도 거래소 심사 기준에 맞춰 주주 보호 노력을 입증하는 ‘투 트랙’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상장을 준비하는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저비중 자회사에 해당해 별도의 주주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상장과 투자금 상환 등으로 눈을 돌리던 기업이 다시 국내 상장에 도전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해 장외거래를 꾀하는 등 국내 상장을 대체할 우회로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물적분할 자회사나 FI의 자금 회수가 시급한 기업은 주주 동의와 거래소 심사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공모 IPO가 아니어서 이번 중복상장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최석철/심우일 기자

▶3%룰이란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상 규정이다.자회사 상장은 참석 주주 지분의 과반, 전체 의결권 대비 4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안건이 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