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장인데, 상장사 자금조달 찬바람…상반기 10조원 그쳐

입력 2026-07-06 17:33
수정 2026-07-07 00:22
국내 증시가 역대급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 기업 자금 조달 시장에는 냉기가 흐르고 있다. 주식시장이 활황이면 기업 자금 조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지만, 올해는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 도입을 앞두고 기업의 신규 상장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오히려 자금 조달이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기업공개(중복·재상장 제외)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56조2300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위해 단행한 대규모 유상증자(45조4535억원)를 제외하면 10조7765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조달액 25조5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90% 이상 급등해 지난해(75.6%) 기록한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넘어선 데 비해 자금 조달 시장은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올해 1월 LS그룹의 비상장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는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상장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직후 국내 증시 상장 신청을 철회했다. 이어 3월 대통령이 주재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 방향이 발표되면서 사실상 IP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사는 케이뱅크가 유일하다. 지난해 상반기 4개사가 증시에 입성한 것과 비교하면 ‘반의 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코스닥시장까지 포함하면 신규 상장 기업은 올 상반기 총 17곳으로 작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국내 한 벤처캐피털 심사역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공개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제약·바이오 기업 중심으로 눈치만 보다가 상장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기술특례 상장도 어려워져 차선책으로 합병을 선택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업계는 투자금 회수에 차질이 빚어지자 비상이 걸렸다.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은 미국과 달리 인수합병(M&A)을 통한 투자금 회수 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IPO 의존도가 높다. 투자 대상 기업이 상장할 수 없게 되면 회수 자체가 어려워진다.

국내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벤처를 육성한다고 했는데 규제는 엇박자로 가고 있다”며 “다산다사(多産多死)를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한다고 했지만 정작 다사만 부추기고 다산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아라/고송희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