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5층 젤리캣 매장. 인형을 구경하려는 2030세대로 붐볐다. 현장 대기팀만 50팀이 넘었고 대기 시간은 한 시간에 달했다. 젤리캣은 토끼와 곰 같은 전통 인형뿐만 아니라 과일과 채소에 위트 있는 표정을 입힌 제품으로 인기를 얻은 영국 토이 브랜드다. 매장을 찾은 염윤아 씨(37)는 “사전예약이 마감돼 현장에서 50분 정도 대기해 들어왔다”며 “온라인에서 봐둔 인형을 직접 만져보고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른 취향을 겨냥한 ‘소프트토이(봉제 인형)’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6일 홍콩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글로벌 아트토이 기업 팝마트의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50.4%)은 플라스틱 피규어가 아니라 봉제류 제품에서 나왔다. 팝마트의 지난해 봉제류 매출은 전년보다 560.6% 급증한 187억8100만위안(약 4조2300억원)을 기록했다.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의 주력 상품이 피규어·문구에서 소프트토이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립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젤리캣 온라인 매출은 2억2700만달러(약 3400억원)로 전년 대비 50% 급증했다. 1분기 아시아 매출이 전년보다 62.6% 늘어난 일본 IP 기업 산리오도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라이선싱 사업 중 봉제 인형 부문의 사업 성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봉제 인형은 주로 아이를 위한 선물이었다. 최근엔 키링과 백참 등 성인의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패션 도매 플랫폼 주어에 따르면 지난해 입점 브랜드의 백참 매출은 전년 대비 12배, 판매 수량은 17배 늘었다. 백참을 파는 브랜드도 3배 증가했다. 핀터레스트에서 백참 검색량은 1년 새 700% 뛰었다.
소비자가 직접 인형을 만들 수 있는 매장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빌드어베어워크숍은 지난해 매출 5억2980만달러(약 8100억원)를 기록해 5년 연속 증가했다. 이 회사는 소비자가 매장에서 인형을 골라 솜을 넣고 옷을 입히는 체험형 모델을 구축했다.
과거 캐릭터 상품의 중심은 플라스틱 피규어와 문구, 스티커였다. 소비자는 이를 책상 위에 올려놓거나 진열대에 보관했다. 최근엔 소프트토이를 가방에 달아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린다. 블랙핑크 지수, BTS 뷔 등 유명인이 젤리캣 인형을 소장한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프트토이가 숏폼 시대에 가장 잘 맞는 완구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드러운 털의 결, 눌렀을 때의 말랑한 반응이 10초 안에 전달된다. ‘립스틱 효과’의 2026년식 변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불황기에 소비자가 립스틱 같은 값싼 사치재를 샀다면, 최근엔 백참이나 소프트토이처럼 말랑하고 휴대 가능한 상품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