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06일 17: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탄소가 기업 경영의 방정식에 새로운 변수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테슬라(Tesla)는 2024년 탄소배출권 판매로 약 28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는데, 이는 동기간 당기순이익(Net Income)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탄소가 더 이상 비용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업의 수익원으로도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대로 대비하지 못한 기업에 탄소는 청구서로 돌아온다.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EU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의 확산과 국내 배출권거래제(Korean Emission Trading Scheme, K-ETS)의 4기 개막은 탄소 비용이 단순한 규제영역을 넘어 기업 경쟁력을 흔드는 변수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탄소 공시 압박과 탄소 크레딧 시장의 신뢰성 강화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탄소 관리는 기업 실적과 시장 지위를 좌우하는 새로운 룰로 부상하고 있다.국내 기업들이 당면한 4대 탄소 리스크이때, 국내 기업들이 마주한 핵심 탄소 리스크는 네 가지 형태로 구체화된다. 먼저, 탄소 비용이 수익성을 압박하는 재무 리스크이다. 배출권 구매 비용과 CBAM 인증서 부담이 증가하면서 탄소 비용은 기업의 재무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는 신뢰성 있는 탄소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운영 리스크이다. 탄소 데이터가 부정확하면 공시 대응뿐 아니라 고객사 요구, 인증, 수주 과정에서도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셋째는 에너지 조달·원가 리스크이다. 고탄소 전력 의존도가 간접배출 비용과 탄소국경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운데, 기업은 재생에너지의 조달 비용 상승 속에서도 안정적인 클린에너지 공급망을 선점해야 한다. 마지막은 공급망 탄소 관리 리스크이다. 밸류체인 전 과정에서 협력사의 탄소 데이터를 관리하지 못하면 수주 경쟁력 저하와 공급망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탄소 리스크를 수익 기회로 바꾼 글로벌 기업들글로벌 무대에서는 탄소 리스크를 수익 기회로 바꾼 기업들이 이미 등장하고 있다. 테슬라는 여유 배출권을 판매해 재무적 완충 장치를 만들었고, 옥시덴탈(Occidental)은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pture, DAC)을 기반으로 탄소 제거 크레딧을 발행하는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디지털 MRV(Monitoring· Reporting·Verification, 측정·보고·검증)와 내부 탄소 가격제를 결합해 탄소 데이터를 전사 의사결정 체계 안으로 끌어들였으며, 구글(Google)은 24/7 무탄소전원(Carbon Free Energy, CFE) 전략으로 에너지 조달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있다. 바스프(BASF)는 제품별 탄소발자국 데이터를 고객사의 탄소 배출량 감축 수단으로 제공하여 공급망 리스크를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기업들의 탄소 리스크 대응 방안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사례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핵심은 탄소를 일부 부서의 관리항목이 아니라, 재무·운영·에너지 조달·공급망을 아우르는 전사적 경영과제로 다루는 것이다.
먼저, 탄소 비용의 압박과 변동성을 줄이는 배출권 조달 전략이 필요하다. 배출권 가격 변동성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배출권을 단순히 시장에서 구매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확보하거나 장기계약을 활용하는 '배출권 업스트림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자체적인 내부 탄소 가격제를 운영하면 향후 발생할 탄소 가격 변동성을 사업과 투자의사 결정에 미리 반영할 수 있다.
둘째, 수집된 탄소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탄소 배출량을 디지털로 측정·보고·검증하는 디지털 MRV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과 연동한 탄소 회계시스템으로 구축하면,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본격화될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에 대응하는 동시에, 탄소 비용을 매출원가에 정확히 배분하는 데이터 기반 경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셋째, 급등하는 에너지 조달 비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계약인 직접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 체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소형모듈원전(SMR)이나 지열 등 차세대 전원을 포괄하는 무탄소전원 믹스 전략으로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클린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협력사와 함께 저탄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나 홀로 친환경은 불가능하다. 공급망 탈락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협력사의 탄소발자국 측정을 다각도로 지원하고, 저탄소 인증 획득을 위한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제품의 저탄소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려면 개별 기업을 넘어 밸류체인 전반이 연결된 상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능동적 탄소 자산 관리 체계로의 골든 타임앞으로 기업은 탄소를 ‘지출해야 할 비용’이 아닌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할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 2027년부터 본격화될 ISSB(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및 EU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공시 체계하에서는 2026년의 탄소 데이터가 기업의 신용등급과 투자 유치 능력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2026년은 수동적인 ‘비용 지불자’에서 능동적인 ‘탄소 자산 관리자’로 거듭나야 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