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도 파인다이닝이 될 수 있을까…좋은 식탁 만드는 3원칙 [전하민의 리빙 아카이브]

입력 2026-07-15 10:12
수정 2026-07-20 17:04

파인다이닝에서 정찬 코스를 즐기는 동안 사용하는 기물의 수를 세어본 적이 있는가. 종류별 와인잔과 물잔, 새로운 요리가 나올 때마다 교체되는 접시와 커트러리, 마지막으로 커피잔에 티스푼까지 더하면 서른 가지에 달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용도에 꼭 맞는 기물이 차례로 놓이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 얼마간 근사한 기분이 든다. 파인다이닝의 식사 경험이 즐거운 건 비단 기물의 수 때문만은 아니다. 여유로운 식당의 분위기와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 맛있는 음식, 준비한 이들의 정성이 모두 모여 제대로 된 한 끼를 즐기고 있다는 감각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파인다이닝의 하드웨어는 좋은 식사의 기준을 제시한다. 맛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간과 태도다. 좋은 다이닝 공간은 좋은 태도로 연결된다. 그 원리를 우리 집 식탁으로 가져오면, 대충 한 끼 때우던 것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가 될 수 있다. 하루 세 번, 먹는 행위의 풍경을 바꾸는 세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첫 번째 원칙: 식탁과 의자
식탁과 의자를 잘 고르는 것이 시작이다. 먼저 식탁의 형태를 정해야 한다. 가장 무난한 것은 사각형이다. 어디에 놓아도 잘 어울리고, 한쪽 면을 벽에 붙여도 되니 좁은 공간에 유리하다. 다만 부딪힘이 걱정된다면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된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원형은 부딪힐 걱정이 없고 인원수에 따라 유연하게 자리를 늘릴 수 있지만, 의자를 넣고 빼는 반경까지 고려하면 사각형보다 넉넉한 공간을 요구한다. 주방이 좁거나 간단한 식사만 한다면 조리대와 수납, 식탁의 기능을 겸하는 아일랜드가 대안이 되고, 좁은 집에서 손님을 자주 맞이한다면 접었다 펼 수 있는 확장형 식탁도 좋은 선택지다.

요즘 대세가 된 세라믹 식탁의 강점은 관리가 편하다는 점이다. 뜨거운 냄비를 냄비받침 없이 그대로 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소재이고, 김칫국물이 스며들지 않으며, 칼자국에도 강하다. 다만 세라믹이라고 다 같은 세라믹은 아니다. 흙과 광물을 1,600도 이상의 고온으로 압축해 구워낸 것을 포세린 세라믹이라 부르는데, 굽는 온도가 높을수록 수분 흡수율이 낮아지고 오염과 파손에도 강해진다.

그래서 상세 스펙에 수분 흡수율이 1% 안팎으로 낮게 표기되어 있는지 확인하면 품질이 낮은 제품을 걸러낼 수 있다. 실물을 볼 때는 상판 옆면을 살펴보는 것도 요령인데, 나뉜 선 없이 하나로 이어진다면 세라믹을 통으로 쓴 것이고, 옆면에 이음새가 보인다면 강화유리 위에 세라믹을 얇게 붙인 것이다. 통세라믹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에 약하고 들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원목 식탁은 세라믹과 달리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고, 세월이 흐를수록 원목의 색이 깊어진다. 수종마다 특성이 모두 다르다. 애쉬나 오크, 월넛처럼 단단한 하드우드는 쉽게 상하지 않는 대신 무겁고, 소나무 같은 소프트우드는 가볍고 저렴한 대신 각종 자국이 더 쉽게 남는다. 통나무를 그대로 켜낸 통원목은 나뭇결이 상판 옆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값이 비싸고 습도에 따라 트거나 휘기 쉬운 반면, 여러 조각을 이어 붙인 집성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변형이 적다. 어느 쪽을 고르든 원목 식탁은 뜨거운 물체와 물기에 예민해, 코스터와 매트가 생활화되어야 한다.

식탁을 정했다면 그다음은 의자다. 세트로 나온 의자를 그대로 들이면 실패가 없지만, 의자만 따로 골라 믹스매치하면 나만의 다이닝 공간을 가질 수 있다. 다만 믹스매치를 할 때 반드시 치수를 확인해야 한다. 식탁 높이에서 의자 높이를 뺀 값이 27~30cm 정도여야 자세가 편하고 팔이 자연스럽게 상판에 닿는다. 또 의자를 모두 밀어 넣었을 때 상판 아래로 온전히 들어가는지도 확인해보아야 한다. 의자 대신 벤치를 두면 좌석 수를 유동적으로 늘릴 수 있고 시각적으로도 더 넓어 보이지만, 등받이가 없어 오래 앉기엔 불편하다. 만약 이것이 염려된다면 벽 쪽에 붙이거나 낮은 등받이가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두 번째 원칙: 식탁 위는 비우되 쉽게 꺼낼 수 있게
식탁 위는 집에서 가장 어지르기 쉬운 공간이다. 넓고 평평하며 동선의 한가운데에 있으니, 각종 영수증이나 뜯다 만 택배가 자연스럽게 모여든다. 하지만 물건이 쌓인 식탁에서는 밥을 먹어도 어수선해 온전히 식사에 집중하기 어렵다. 식탁 위에는 잡동사니가 없어야 한다.

문제는 비움과 편리함이 서로 충돌한다는 데 있다. 매일 쓰는 티슈, 영양제 등을 몽땅 치워버리면 식탁은 깨끗해지지만 생활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무작정 비우는 것이 아니라 수납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원칙은 단순하다. 자주 쓰는 것일수록 식탁에서 가까운 곳에 둘 것. 식탁 옆 벽면에 틈새수납장 하나를 세우거나 바퀴 달린 트롤리를 두면, 앉은자리에서 손만 뻗어 꺼내고 다시 넣을 수 있다. 식탁 위에 두는 것과 한 걸음 안에 두는 것은 편리함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그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하나 더, 자주 쓰는 물건일수록 자주 정리해야 한다. 어차피 몇 시간 뒤에 또 꺼낼 물건을 매번 제자리에 넣는 일은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확실한 제자리가 있는 물건만이 식탁을 비워 준다. 식탁에 올라올 법한 모든 사물에게 공간을 미리 배정해주어야 한다. 세 번째 원칙: 빈 곳을 채우는 오브제
이제 비워낸 식탁에 오브제를 올릴 차례다. 식탁 위에 두는 오브제는 계절의 연출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다만 여기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식탁은 결국 음식을 놓고 사람이 마주 앉는 자리이니, 오브제가 그 자리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낮고 작아야 한다. 유럽의 정찬 문화에서 온 센터피스가 마주 앉은 사람의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낮은 반구형으로 발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작은 화병에 담은 제철 꽃 한 송이와 계절 과일을 담은 볼 하나면 충분하다. 작은 테이블램프는 켜놓지 않아도 훌륭한 연출이 된다.

그다음은 그릇이다. 스팸과 달걀후라이도 내가 좋아하는 접시에 정갈하게 옮겨 담으면 기분 좋은 한 끼가 된다. 그릇을 갖추는 방법에는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같은 브랜드로 세트를 맞추는 것이다. 색과 형태가 통일되어 상 위가 정돈되어 보인다. 다른 하나는 의도적으로 서로 다른 디자인의 그릇을 믹스하는 방법이다. 요새의 트렌드는 사실 이쪽이다. 서로 제각각인 그릇이 한 상에서 만날 때 생기는 불규칙한 리듬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렇게나 섞으면 어수선해지니, 재질이든 색이든 하나의 공통분모를 남겨 두는 것이 요령이다.


섞는 재미를 붙이면 그릇을 구하는 경로도 넓어진다. 백화점 그릇 코너만이 아니라 이천 도자기 시장, 서울의 빈티지 기물 숍도 한 번씩 방문해 보자. 공예 마켓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컵을 구매할 수도 있고, 도예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그릇 세트는 처음 구매하는 순간 끝나지만, 한 점씩 모으는 그릇은 끝이 없다는 것이 이 취미의 함정이자 매력이다.

여행은 이 수집의 가장 좋은 핑계가 된다. 일본의 몇몇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시키면 바구니 가득 담긴 제각각의 잔을 내밀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 잔을 고르는 순간부터 술자리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 기억으로 여행지에서 잔이나 접시를 하나씩 사 오기 시작하면, 주방은 어느새 여행의 기록이 된다. 그 잔을 꺼내는 것만으로 여행을 추억하며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