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 한마디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억지로 입을 열었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로 짧은 발언만으로도 신뢰를 얻는 직원도 있다. 차이는 말의 양이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5년 넘게 구글과 아마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서 직원들을 지도해온 멜로디 와일딩은 CNBC에 기고한 칼럼에서 “회의에서 신뢰를 얻는 사람들은 어려운 용어나 유행어를 쓰지 않는다”며 “명확하게 사고하고 조직의 큰 방향을 읽으며 논의를 끌고 가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와일딩은 눈에 띄기 위해 반드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회의의 흐름을 바꾸는 질문 하나가 더 큰 존재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안이 엔지니어링팀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두 사람이 결국 같은 목표를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와 같은 질문이 대표적이다. 이런 질문은 참석자들이 놓친 전제를 짚어주고 대화의 방향을 다시 잡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영향력을 가진 직원과 단순히 말을 많이 하는 직원을 가르는 차이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회의가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는 굳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끼어들기보다 논의의 방향을 바꿀 만한 데이터나 새로운 관점이 있을 때 발언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에 힘을 싣고 싶다면 ‘사회적 증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제품 책임자나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이 이미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언급하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와일딩은 경영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와 관련된 내용일수록 효과가 커진다고 봤다.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 성장, 경쟁력 강화 등 조직의 우선순위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경영 효율화를 중시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는 “우리가 추진하는 효율화와 맞닿아 있다”고 말하고,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강조하는 임원에게는 “시장 차별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단순한 의견 제시를 넘어 전략적 사고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와일딩의 의견이다.
성과를 보고할 때는 숫자가 중요하다.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추상적인 표현보다 ”최근 90일 동안 1만명 이상의 고객에게 신규 기능을 제공했다”, “현재 5개 권역의 고객을 담당하고 있다”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야 성과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언제 침묵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 역시 중요한 역량으로 꼽힌다. 이미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보다 회의가 끝난 뒤 핵심 의사결정권자와 별도로 의견을 나누는 편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 포브스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은 커리어를 성장시키는 무기”라며 “다만 언제 말하고 어떻게 전달하며 언제 침묵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기회를 잡게 된다”고 짚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