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실적 시즌은 국내 상장사들이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200조원 시대를 여는 기념비적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탓에 투자자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기대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상장사 이익 전망, 석 달 만에 +40%지난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2분기 실적 추정치를 제시한 219개 상장사의 연결 기준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06조853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7조7857억원) 대비 257.96% 급증한 수치다.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865조9523억원, 165조8445억원으로 예상된다. 시가총액 3위 SK스퀘어를 비롯한 다수의 대형주가 분기 실적 추정치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상장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상장사들의 2분기 이익 추정치는 최근 석 달 새 40% 이상 퀀텀 점프했다. 4월 초 기준으로 증권가에선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을 142조3278억원으로 내다봤다. 석 달 새 예상치가 64조5255억원(45.33%) 상향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전체 이익이 1조5023억원 늘어나며 실적 시즌 직전까지 눈높이 상향이 이뤄지고 있다.
추정치 상향의 근거는 반도체 업황이다. 빅테크 주도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투톱의 주력 상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매달 기록적인 기세로 치솟고 있다. KB증권은 이달 1일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로 90조2000억원을 제시하며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이 1분기보다 55%, 낸드플래시는 60% 급등했을 것으로 봤다. 올해 전체를 기준으로 한 평균 메모리 가격 상승률 전망은 D램 전년 대비 308%, 낸드플래시 256%에 달한다. 가장 높은 이익 추정치를 내놓은 메리츠증권은 99조3000억원을 제시했다.◇ ‘막판 변수’ 부상한 삼전 성과급2분기 실적의 최대 변수는 삼성전자의 막대한 성과급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합의를 통해 반도체(DS) 부문에 기존 성과급 외에 영업이익 중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상여금 지급을 위한 충당금을 분기별로 회계처리해왔다. 노사 협상이 장기화하며 1분기에는 충당금 적립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상반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적립금 규모는 19조~25조원에 이른다.
최근 삼성전자 영업익 추정치를 제시한 증권사들은 충당금 이슈를 반영해 2분기 이익 전망을 일제히 내렸다. 한국투자증권은 3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95조8540억원에서 86조500억원으로 10.2% 내렸다. 신한투자증권은 89조8600억원에서 82조1000억원으로, BNK투자증권은 82조원에서 77조7000억원으로 내렸다. BNK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낮은 추정치를 제시했다. 충당금 적립을 명시적으로 가정하고도 가장 높은 이익 전망을 제시한 건 키움증권으로, 영업이익 89조2700억원을 예상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0조원대 후반의 성과급 충당금을 반영해 2분기 실적을 하향 조정했다”며 “충당금 효과를 제외한 실질적 이익 창출 능력은 100조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다. 2021년부터 초과이익분배금 제도를 통해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매 분기 관련 비용을 처리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선 시장의 상승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어닝 서프라이즈의 기준으로 영업이익 100조원(성과급 충당금 반영 기준)과 70조원을 각각 제시한다. 점진적으로 형성된 정식 컨센서스가 아니라 실적 발표 직전의 시장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 ‘스트리트 컨센서스’(길바닥 예상치)에 가깝다.
전범진/강진규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