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제품에 특화된 ‘약국’이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독주하고 있는 오프라인 뷰티 시장에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올리브영에 입점하지 않은 인디 브랜드에 주요 매대를 제안하는 대안 채널로 기능하면서다. 과학 기반의 ‘더마코스메틱’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약국 입점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중소 브랜드가 늘어나는 추세다. 약국에서만 판다는 세럼?
5일 홈 라이프스타일 솔루션 기업 앳홈에 따르면 이 회사가 운영하는 에스테틱 브랜드 톰(THOME)은 지난 3월 출시한 주름 관리용 기초 제품 ‘CPR 세럼’을 레디영약국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레디영약국은 2024년 홍대를 시작으로 강남, 성수, 명동 등 주요 상권에 들어선 체인형 약국이다. 톰 CPR 세럼의 이달 매출은 입점 시점 대비 14배로 늘었다.
톰은 지난 5월 선보인 피부 진정용 기초 제품 ‘PPM 크림’도 약국을 주요 유통망으로 삼았다. 이 제품은 약국 체인 옵티마를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프로젝트가 선보인 큐레이션형 약국 브랜드 ‘옵티마웰니스뮤지엄’ 성수점과 강남 플래뉴 피부과의원, 레디영약국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옵티마웰니스뮤지엄 약국 성수점에서 판매되는 진정 크림 가운데 판매량과 매출액 1위를 기록했다. 이달 중 약국 플랫폼 바로팜에도 입점될 예정이다.
톰은 물방울 초음파 기술을 구현한 뷰티 디바이스 ‘더글로우’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다. 작년 2월 출시 이후 누적 매출이 200억 원을 넘어선 더글로우는 올해 5월 올리브영에 입점했다. 앳홈은 CPR 세럼과 PPM 크림으로 스킨케어 시장에 진출하면서 주요 유통 채널로 약국을 택했다. 약국 채널을 신성장 축으로 삼고 입점을 계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란 설명이다. 앳홈 관계자는 “300여 개 약국 채널과 계약 체결을 이미 완료했다”고 전했다.
약국이 인디 뷰티 브랜드의 새 무대가 된 건 화장품과 의약품 간 경계에 있는 더마코스메틱 시장의 성장세 덕이다. 효능을 내세운 K뷰티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이 담긴 기능성 화장품 출시가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기능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93억8000만달러(약 14조5000억 원)로 추정된다. 연평균 7.72%씩 성장을 거듭해 2034년 170억1000만달러(약 26조4000억원)까지 커질 거란 전망이다.
“약국, 올영·다이소 경쟁자 등극”약국도 뷰티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레디영약국, 베리뉴약국 등 뷰티 특화 약국의 매출 70~80%는 기능성 화장품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닥터멜락신, VT코스메틱, 파마리서치, 셀트리온스킨큐어 등 기능성을 표방하는 뷰티 브랜드들이 바로팜과 잇달아 파트너십을 맺었다. 바로팜은 전국의 90%를 차지하는 약국 2만3000여곳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동국제약(센텔리안24), 동아제약(파티온), 대웅제약(이지듀), 한미사이언스(프로캄), 유한양행(더마푸라민), 동화약품(후시다인) 등 제약사들도 잇달아 뷰티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K뷰티에 열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약국 채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의료 소비액은 2511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4.6%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의료 소비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월 4.9% 수준이었으나 올해 1월 10%를 넘어선 뒤 5월 12.9%까지 높아졌다. 결제 건수 기준으로 보면 약국의 비중이 69.8%에 달한다. 외국인의 의료 소비 10건 중 7건이 약국에서 이뤄졌다는 얘기다.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상품군(SKU)이 다양해지고, 소비자 수요가 세분화되며 영향력을 키워 온 올리브영의 성장 공식을 약국이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약국은 단순 조제 중심 채널에서 벗어나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더마 화장품 등을 한 공간에서 탐색하고 구매하는 전문 리테일 채널로 변화하는 중”이라며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약국이 올리브영과 다이소의 경쟁자로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