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서·남해안 주요 항만을 전력망 물류 거점으로 집중 육성한다. 해상풍력과 해저케이블 등 전력 관련 핵심 인프라를 항만 배후단지에 배치해 전력 소모가 극심한 반도체 사업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남재헌 해수부 차관은 지난 2일 부산 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목포항 내 해상풍력 전용 민자 부두를 추가 확충하고, 평택·당진항에는 해저케이블 반출 전용 부두 시설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군산항 7부두와 유휴 시설도 설비 이송 거점으로 활용된다. 거대 풍력발전기 날개와 두꺼운 전력선은 육상 운송이 불가능해 항만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이다. 해수부는 이를 통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항만 육성은 지역 균형 발전 대책과도 맞물려 있다. 남 차관은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불거진 해양 관련 호남 소외 우려에 대해 “진해신항 때문에 부산 쪽에 매년 4500억원이 투자되는 것처럼 광양항에도 2000억원 이상 인공지능(AI) 테스트베드 투자가 진행 중”이라며 “균형 있는 해양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호남 지역 용수 부족 해결을 위한 해수담수화 도입에는 “구체적인 수요가 제기되지 않아 현재로선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해상 물류 리스크 관리 계획도 공유했다. 호르무즈 해협 고립 국적선 대피는 완료됐으나 미·이란 간 세부 협상이 지지부진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정부는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국적선의 호르무즈 해협 진입 자제 권고를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오는 8월 추진하는 북극 항로 시범 운항은 막바지 조율 단계에 접어들며 운항 준비에 속도가 붙었다. 남 차관은 “선박 조달과 외교적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며 “올해 북극 해빙이 2012년 이후 가장 많이 녹아 항행 여건이 대폭 개선됐다”고 말했다.
수산 분야에서는 영해 침범 불법 조업에 대한 고강도 제재 방침을 밝혔다. 해수부는 북방한계선(NLL) 인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차단하기 위해 불법 조업 시 물어야 하는 담보금(예치금) 한도를 기존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남 차관은 “중국도 어업법 개정을 통해 불법 어업 벌금을 20~40배 올렸다”며 “한중 공조를 통해 불법 조업을 신속히 차단하고, 어선 현대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어민의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