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 빨아들이는 中…급여 3배 내걸고 핵심 인력 흡수 [차이나 워치]

입력 2026-07-05 16:25


중국이 세계 각국의 반도체 인재를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 장비 수출 통제에 맞서기 위해 한국·대만·미국 출신 엔지니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D램의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 한계를 인재로 극복하겠다는 이른바 '인재 블랙홀' 전략이다.

중국이 해외 국가대표급 인재까지 국산화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삼으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기술·인력 방어선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국산화 핵심 자산으로 인재 공략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첨단 장비 수출 통제, 네덜란드·일본의 첨단 장비 규제, 한국·대만이 장악한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술 장벽을 넘기 위해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적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간 장비 조합, 수율 안정화, 패키징 노하우 등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가 핵심"이라며 "보조금 등으로 아무리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어도 첨단 반도체의 마지막 격차를 좁히는 데는 결국 뛰어난 인재가 필수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중국 입장에선 숙련된 엔지니어 한명이 첨단 장비 한대보다 더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D램 전문 제조 업체인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대표적이다. CXMT는 중국이 D램 시장에서 한국·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립됐다.

지난해 기준 세계 4위(약 7.7% 점유율) D램 업체로 성장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제 'D램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높은 수율로, 얼마나 첨단 제품까지 만들 수 있느냐'에 눈을 돌리고 있다.

CXMT는 차세대 D램과 HBM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지만 경쟁국들과 격차가 아직 크다. 이같은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국이 택한 방식이 장비 국산화와 인재 흡수라는 투트랙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업체가 신규 생산 능력을 확충할 때 최소 50% 이상을 중국산 장비로 채우도록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장비 국산화가 곧바로 첨단 공정 역량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체 장비는 공정 조건과 소재, 검사·계측, 현장 엔지니어의 경험이 결합돼야 성능이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도체 인재 확보를 채용 경쟁이 아닌 공급망 자립 전략의 일부로 봐야 하는 이유다.
'하이구이'가 인재 흡수 지휘 지난해 대만 법무부는 불법적으로 첨단 기술 인재를 빼내려 한 혐의로 중국 업체들을 조사했다. 실제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중신궈지(SMIC)는 대만에 외국 투자사로 위장한 자회사를 세우고 대만 엔지니어를 채용하려고 시도했다.

중국 레드테크(중국의 최첨단 기술)의 상징인 화웨이도 다르지 않다.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 이후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넘어서 AI 칩, 서버,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 출신을 포함한 대만 반도체 엔지니어 영입을 위해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화웨이 관계자는 "높은 연봉은 그만큼 인재를 존중하고 아낀다는 의미"라며 "암묵적으로 무조건 경쟁사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지급한다는 룰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추적이 어려운 유령회사인 셸컴퍼니나 소규모 산학 연구소 형태의 법인을 국내외에 우회 설립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인재에 접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직장인 평균 월급의 10배, 삼성전자 월급의 3배에 달하는 고액 급여 조건을 내건 사례도 전해진다. 다만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는 폐쇄적 환경에서 사실상 주 7일 근무에 가까운 강도 높은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반도체 사업을 지탱하는 주요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나 창업자 중에서 해외 유학 후 복귀한 엘리트를 의미하는 하이구이(해외 유학파 중국인)가 많은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XMT의 창업자인 주이밍은 칭화대를 나와 뉴욕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프로젝트 리더로 근무했다. SMIC의 창업자인 장루징도 대만대 졸업 후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일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 식각장비 업체인 AMEC의 창업자인 인즈야오 역시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인텔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세계 최고 반도체 업체에서 핵심 기술 부사장직을 수행하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귀국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들의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 경영 전면에 포진해 있기 때문에 핵심 인력들이 어떤 보상 체계와 연구 환경에 움직이는지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해외 유학파 창업자, 실리콘밸리 경력자, 한국·대만 출신 엔지니어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할 수 있는 중국 내수 시장과 막대한 지원금과 국가 지원을 내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계 자본과 헤드헌터들이 기술의 허리 역할을 하는 5~10년차 책임급 엔지니어들을 지속해서 흔들고 있다"며 "미국도 대중 제재를 통해 물리적 장벽을 치고 있지만 노하우와 공정 최적화 방식을 알고 있는 인재 이동까지 완전히 차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