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이 국가 경쟁력 좌우…블록체인 인프라 구축 서둘러야"

입력 2026-07-02 17:38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인프라 도입 여부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오경석 두나무 대표)

“가치 있는 모든 자산이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되는 흐름은 이미 금융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2일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투자 인사이트 포럼 2026’에 연사로 나선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자산 금융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을 중심으로 금융 거래 무대가 블록체인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디지털자산 시장 선도해야”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는 금융산업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거래 비용을 낮출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미국 지니어스법,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 규제(MiCA)가 시행되는 등 주요국은 디지털자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한국이 디지털자산 산업을 키울 기술과 수요 기반을 갖추고도 제도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99%에 달하는 등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금융이 확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며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이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서비스로 확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텔레그램 지갑을 통해 토큰화된 주식을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기업들도 기존 금융망과 블록체인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신 대표는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활용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같은 특수한 신흥국을 제외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테이블코인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2단계 입법을 비롯해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금융·비금융 경계 희미해질 것”디지털자산 확산으로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희미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는 “디지털자산이 돈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며 “코딩을 통한 설계로 결제 조건 등을 직접 이해하고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프로그래머블 머니’가 중심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까지는 돈이 수동적 결제 수단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저절로 결제가 이뤄지고 돈이 생활에서 알아서 움직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대대적인 금융 시스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기술 중립적 규제 마련, 신뢰 인프라 구축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투자에서 금융 인프라 혁신으로 논의를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자산이 토큰화되고 금융이 블록체인으로 이동하는 것은 역행할 수 없는 변화”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승환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는 “디지털뱅킹이 개인을 위한 혁신이었다면 디지털자산과 토큰화는 금융회사와 자본시장 인프라를 위한 혁신”이라며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 전체의 0.01%에 불과한 디지털자산 기반 자본시장 비중이 1%로 확대됐을 때 한국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가 미래 금융 경쟁력을 결정할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수현/오유림 기자/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