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에 칩플레이션까지…물가 두 달째 3% 넘었다

입력 2026-07-02 17:38
수정 2026-07-02 18:19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1년 새 25% 가까이 오른 데다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 여파로 노트북 가격도 뜀박질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 대책을 총동원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 안팎에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 생활물가 3%대…컴퓨터 역대급 상승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2%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물가가 치솟은 2023년 12월(3.2%)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4월 2%대에 머물렀지만, 5월 3.1%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3%를 웃돈 건 2024년 2월(3.1%), 3월(3.1%)에 이어 2년3개월 만이다.

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석유제품이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7% 뛰었다. 2022년 7월(35.2%) 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전체 소비자물가를 0.93%포인트 끌어올렸다. 품목별로 휘발유 상승률은 전달과 같은 23.1%를 나타냈다. 경유는 33.7% 뛰어 2022년 7월(47.0%) 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등유도 23.1% 올라 2023년 2월(27.1%) 후 가장 많이 뛰었다.

한국은행이 주목하는 지표인 생활물가도 3.4% 상승해 5월(3.3%)에 이어 두 달째 3%대를 이어갔다. 2024년 4월(3.6%) 후 최고치다. 쌀(11.7%), 달걀(10.3%), 국산 소고기(7.5%), 수입 소고기(6.8%), 돼지고기(4.5%) 등 식탁에 자주 오르는 품목도 줄줄이 뛰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라 칩플레이션 징후도 뚜렷해지고 있다. 노트북과 PC 등이 포함된 컴퓨터 물가가 22.2% 올랐다. 컴퓨터 품목 통계를 집계한 1991년 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USB 메모리와 외장하드 등을 포함한 저장장치 가격은 45.6% 뛰었다.

서비스 물가도 2.6%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을 1.44%포인트 밀어 올렸다. 유류할증료 인상 영향으로 국제항공료는 28.2%, 국내항공료는 25.1% 상승했다. 식료품과 석유류 등 가격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2.5% 올라 전달과 같았다. ◇ “최고가격제로 물가 0.4%P 낮춰”정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6월 물가를 0.4%포인트 낮췄다고 분석했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3.6%에 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7월 물가 상승률은 6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지난달 27일부터 적용된 7차 최고가격제를 통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L당 150원 낮춘 효과가 반영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3%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커질 우려가 크다.

이지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하방 압력을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 확대가 상쇄하면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풀린 만큼 필수품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며 “고환율 여파로 하반기 수입 가공식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2.8% 수준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여름철 물가 불안이 이어지더라도 연간 기준으로 3%를 넘기지 않겠다는 의미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2.9% 수준에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