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의 시대,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지만 오히려 ‘제대로 듣는 경험’에 대한 갈증은 더 커졌다. 고해상도 사운드를 향한 열망에 공간을 채우는 인테리어 오브제로서 음향 기기의 가치가 더해지면서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을 최고급 공연장으로 꾸미려는 사람들 덕에 홈 음향 기기 시장은 작년 기준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2033년까지 연평균 7%씩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예술이 된 100년의 헤리티지하이엔드 스피커는 그 자체로 취향을 대변하는 ‘예술품’으로도 여겨진다. ‘뱅앤올룹슨(Bang&Olufsen)’은 아름다운 스피커의 고유명사가 된 지 오래다. 1925년 덴마크 스트루에르 다락방에서 두 젊은 엔지니어 페테르 뱅과 스벤 올루프센이 함께 설립한 이 브랜드는 라디오를 배터리 없이 가정용 전원에 연결할 수 있게 해주는 ‘일리미네이터’로 세계 가전시장에 먼저 알려졌다. 이후 오디오와 TV, 스피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럭셔리 홈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뱅앤올룹슨은 획일적이던 음향 기기에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더한 브랜드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세계적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탄생시킨 제품들은 단순한 오디오를 넘어 기꺼이 소장하고 싶은 ‘마스터피스’로 각인됐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영구 소장품으로 이름을 올렸고, 스티브 잡스가 영감을 받은 브랜드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뱅앤올룹슨은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서울, 덴마크 코펜하겐,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 사운드와 디자인, 문화가 결합된 독창적인 체험형 전시를 열고, 100년의 혁신과 디자인사를 아카이빙한 기념 서적 <더 북 오브 사운드 앤드 비전(The Book of Sound and Vision)>을 발간했다. 글로벌 뮤지션 지드래곤과 일본 스트리트패션계 대부 후지와라 히로시가 이끄는 프라그먼트디자인과의 협업은 그 자체로 뉴스가 됐다.베오랩 90, 5개 얼굴로 재탄생
100주년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5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개한 ‘아틀리에 5부작 시리즈’였다. 스피커 5대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피커 ‘베오랩 90’을 기반으로 뱅앤올룹슨의 맞춤 제작 프로그램인 ‘아틀리에’를 통해 완성했다.
베오랩 90은 뱅앤올룹슨 역사상 가장 큰 라우드 스피커로 2015년 탄생했다. 18개 핸드메이드 스피커 드라이버와 첨단 빔 포밍 기술을 적용해 360도 몰입형 사운드를 구현한다. 디자인은 독일 쾰른을 본거지로 아이코닉한 작업을 선보여온 노토(Noto GmbH)스튜디오 손에서 탄생했다.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스피커를 위로 끌어올리고 있는 듯한 곡선 바닥 면에는 북유럽 가구 전통 재료인 나무를 사용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정체성을 담았다. 한마디로 뱅앤올룹슨의 음향 기술과 디자인 미학을 동시에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이 베오랩 90을 금속, 카본 파이버, 컬러, 목재, 빛이라는 다섯 가지 소재로 재해석한 것이 아틀리에 5부작 시리즈다.
뱅앤올룹슨은 아틀리에 5부작 시리즈를 통해 100년 역사를 기념하는 동시에 장인정신과 맞춤 제작 역량, 하이엔드 오디오 디자인의 기능성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집약했다. 한 세기 동안 쌓아온 헤리티지를 가장 품격 있게 자축하는 방식이다. 다섯 종류의 스피커는 각각 10쌍 한정으로 제작됐다.
이승률 한경매거진앤북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