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약 20년 전 창업 당시 미국 뉴욕에서 느꼈던 무한한 가능성과 낙관주의, 창업가 정신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넘쳐나는 곳입니다. 뉴욕과 공통점이 많은 서울에서 밴루엔의 브랜드 철학을 펼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루엔의 국내 1호점 오픈을 하루 앞둔 2일 한국을 찾은 벤 밴루엔 최고경영자(CEO)는 “참신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지속해서 선보여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한국 미식 문화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달 강남에 3호점까지벤은 2008년 친형인 피트, 동생인 로라 오닐과 함께 뉴욕 브루클린에서 밴루엔을 창업했다. 이베이에서 산 노란색 중고 트럭 한 대로 시작한 아이스크림 사업은 18년이 지난 현재 미 전역에서 1000개 이상의 직영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브랜드가 됐다. 50개 주 1만여 개 마트에서 유통되며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스크림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밴루엔이 미국 외 지역에 상설 매장을 낸 유일한 국가다. 올해 2월 디저트 카페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와 마스터프랜차이즈계약(MF)을 맺고 국내 진출을 본격화했다. 브랜드 사용이나 매장 개설을 포함한 사업 전반에 관한 권한은 밴루엔이 갖고, 투썸플레이스는 국내 사업을 총괄하면서 로열티를 지불하는 구조다. 모든 제품은 미 현지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수입된다.
오는 3일부터 강남역 인근 1호점이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매장 오픈을 기념해 3~6일 시그니처 제품 5종의 싱글 스쿱을 1달러(약 1500원대)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이 열린다. 12일까지는 싱글 스쿱의 사이즈를 무료에 더블 스쿱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1호점에 이어 오는 23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2호점), 이달 말 신논현역(3호점)에 연달아 개점이 예정돼 있다.
밴루엔은 좋은 원료로 만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지향한다. 애초 미국에서 ‘트럭 아이스크림’이라 하면 저렴하고 인공적인 맛의 ‘팝시클’이 대표적이었다. 밴루엔 창업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건강한 음식이 곧 행복’이란 철학 아래 좋은 재료를 고집했다. 인공 첨가물이나 색소, 안정제 등을 전혀 쓰지 않고 달걀노른자와 우유, 크림, 사탕수수, 설탕, 소금만으로 맛을 낸다. 달걀노른자는 일반 아이스크림의 두 배를 넘는 수준으로 가득 넣어 묵직하고 진한 풍미를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시그니처 제품인 ‘바닐라 빈’은 마다가스카르산 버번 바닐라빈을 통째로 갈아 넣어 만들었다. 장 조지, 다니엘 불뤼 등 뉴욕 미식업계를 대표하는 셰프들로부터 “최고의 아이스크림”이란 찬사를 받은 배경이다.
유제품 대신 코코넛, 캐슈넛, 오트 등을 넣어 만든 비건 아이스크림도 대표 제품이다. 국내에 들여온 24가지 맛 중 4가지가 비건이다. 밴루엔 관계자는 “특정 소비층만을 위한 대체재가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확장해 미국 비건 디저트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셀럽픽’ 밴루엔, 서울 택한 이유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적인 맛 개발도 밴루엔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글로벌 식품 브랜드 크래프트(Kraft)와 협업해 선보인 ‘크래프트 맥앤치즈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피자맛, 선크림맛까지 독창적인 제품들이 출시 때마다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김신영 투썸플레이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에서도 이런 류의 기획 상품을 점진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밴루엔의 감각적인 브랜딩에 글로벌 셀럽들이 반응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올스타 지미 버틀러를 비롯해 팝스타 사브리나 카펜터, 카일리 제너, 에드 시런 등 글로벌 셀럽들과 협업해 젠지(Z세대) 소비자와 트렌드세터들의 주목을 받았다. 김 COO는 “밴루엔은 이들에게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셀럽이 먼저 찾아오는 브랜드”라며 “브랜드 충성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라고 했다.
밴루엔이 해외 확장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한 건 한국이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국가라는 판단에서였다. 밴루엔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미식의 수준이 높은 데다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을 적극적으로 경험하며 품질과 브랜드 철학까지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런 특성이 브랜드 철학과 잘 맞는다고 봤다”고 전했다. 밴루엔은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시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국내 빙과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서도 진입을 선택한 건, 브랜드의 양적 성장만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곧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인정받는 길이라는 판단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투썸플레이스는 밴루엔의 브랜드 철학을 한국에 그대로 옮겨오는 데 최적의 파트너였다고 양사는 설명한다. 오리온그룹의 외식사업 계열사 대표, 버거킹코리아(BKR) 대표를 지내며 미국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 베니건스,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 등을 국내에 들여온 문영주 투썸플레이스 대표이사의 경력이 밴루엔의 한국 진출 니즈와 맞아떨어졌다. 김 COO는 “투썸플레이스가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 축적한 매장 운영 노하우와 역량 등을 높게 사 파트너로 선정됐다”고 했다.
밴루엔과의 협업은 미국 진출을 예고한 투썸플레이스에도 주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이사는 “밴루엔의 국내 런칭은 투썸플레이스가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도입해 ‘글로벌 멀티 브랜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밴루엔은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 아이스크림을 핵심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매일유업의 커피전문점 ‘폴 바셋’, 남양유업의 프리미엄 커피·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 등 국내 브랜드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벤슨은 한화그룹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브랜드명 선정부터 제품 개발, 공장 기획 등 사업 전 과정에 관여한 브랜드로 주목받았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