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은 이제 일상이 됐다. 궁금한 것을 묻으면 몇 초 만에 답을 내놓고, 보고서와 번역, 기획안까지 대신 작성한다. 하지만 편리함이 커질수록 인간은 스스로 질문하고 검증하는 일을 점점 AI에 넘기고 있다.
신간 <셀프프롬프트>는 책 표지에 적힌 문장으로 독자를 붙든다. "우리는 지금 생각하고 있는가." AI 활용법을 소개하는 실용서가 아니라, AI 시대에도 인간이 끝까지 붙들어야 할 사고와 판단의 문제를 다루는 인문 교양서다.
26년간 방송 PD로 일하며 레거시 미디어에서 알고리즘, 생성형 AI로 이어지는 변화를 지켜본 저자는 기술보다 인간의 사고 습관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우리가 무엇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관찰-진단-회복-분별-결단'이라는 다섯 흐름을 따라 알고리즘이 책임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와 인간이 끝까지 지켜야 할 판단의 자리를 짚어낸다.
특히 "계산되는 것은 남고 계산되지 않는 것은 사라진다"는 통찰은 효율과 최적화가 지배하는 시대의 맹점을 겨눈다. AI가 내놓는 답은 점점 정교해지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사연과 맥락, 기다림과 공감 같은 비계량적 가치가 먼저 밀려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AI를 계산기가 아닌 '현미경'처럼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을 대신하는 자동화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키우는 '증강지능'으로 사용할 때 비로소 AI의 가치가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셀프프롬프트'는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하기 전, 먼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태도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빠른 답을 얻는 기술이 아니라, 끝까지 생각하고 판단하며 책임지는 인간의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