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예술이 음악, 연극, 문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유럽의 중심부를 파고들고 있다. 올해 여름은 K컬처가 유럽의 주요 축제 무대에 전면에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냈다.◇아비뇽 페스티벌, 한국어 공식 초청4~25일 열리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은 80년 축제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어를 공식 초청언어로 선정했다. 축제 측은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한 낭독극 ‘새’를 교황청 명예극장 무대에 올린다. 7월 15, 16일 공연에서 프랑스의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의 이혜영 배우가 각기 다른 언어로 한강 소설 텍스트를 낭독한다. 이 공연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올해 ‘연극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 입센상을 수상한 연극 연출가 구자하의 작품들도 축제의 중심에 섰다. 구자하의 ‘쿠쿠’는 세 대의 전기밥솥과 대화를 통해 한국의 경제적 제국주의를 짚어보는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다. ‘쿠쿠’ 외에도 ‘하리보 김치’, ‘한국 연극의 역사’ 등 구자하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소리꾼 이자람의 판소리 ‘눈, 눈, 눈’도 7월 17, 18, 21, 22일 축제 후반부를 장식한다. 그는 판소리 기법과 톨스토이 소설을 결합해 눈보라 속에 갇힌 탐욕스러운 상인과 그의 일꾼이 겪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 영화도 함께 상영된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홍상수의 ‘소설가의 영화’, 윤가은의 ‘세계의 주인’이 축제 기간 관객을 찾아간다. 7월 3일부터 11월 15일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의 특별전도 교황청에서 열린다.
세계 뮤지컬, 연극의 중심인 런던 웨스트엔드에도 한국 작품의 물결이 거세다. 서울 신림동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더 라스트 맨’이 현지 무대에 올랐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장르적 설정 속에 고립된 인간 심리를 그린 1인 록뮤지컬이다.
장성은 국제공연컨퍼런스 한국본부장은 “유럽에서 K팝의 인기가 공고해지면서 현지의 관심이 한국의 순수 예술과 역사로 확장되고 있다”며 “K팝이라는 입구를 통해 더 깊이 있는 문화의 본질로 소비층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클래식 축제, 韓 음악가 대거 초청유럽의 유서 깊은 클래식 축제에서도 한국 음악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세계 최대 규모의 클래식 축제 BBC 프롬스는 7월 17일 개막 무대를 피아니스트 임윤찬에게 맡겼다. 2개월여에 걸친 축제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것은 그의 위상을 가늠케 한다. 임윤찬은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7월 21일에는 지난해 장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로 프롬스 데뷔 무대를 가진다.
7월 16일~8월 2일 열리는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는 사제 피아니스트 손민수, 임윤찬 듀오가 초청받았다. 두 사람은 7월 26일 라하브 샤니가 이끄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7월 31일에는 임윤찬이 리사이틀을 열고, 슈베르트, 스크랴빈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은 7월 29일 손민수, 파블로 페란데스(첼로)와 실내악 무대에 오르고, 8월 1일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듀오 무대를 가진다.
8월 13일~9월 13일 루체른 페스티벌에는 조성진과 임윤찬이 나란히 초청받았다. 조성진은 8월 24일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와 듀오 리사이틀을 갖고, 임윤찬은 9월 8일 셰몬 비치코프가 이끄는 체코 필하모닉과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연주한다.
작곡가 진은숙은 루체른 페스티벌 ‘작곡가 세미나’ 마스터클래스를 맡았다. 8월 17, 18일 양일간 작곡가 디터 암만과 함께 세미나를 이끈다. 그는 오는 9월부터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의 상주 작곡가로도 활동한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세계적인 축제들은 국적과 관계없이 모객력과 실력이 검증된 연주자를 선호한다”며 “최근 정상 궤도에 진입한 아티스트 중 한국 출신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