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 규모가 3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기업들이 수익과 직결되지 않는 문화예술 지원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한국메세나협회가 발표한 '2025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500대 국내 기업과 기업 출연 문화재단 등 737곳이 지난해 문화예술 분야에 지원한 금액은 전년 대비 7.4% 감소한 1968억7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원 기업 수(728개)와 지원 건수(2392건)는 각각 24%, 28.5% 증가했지만, 지원 규모 자체는 쪼그라들어 2000억원 아래로 감소했다.
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2022년 이후 이어지던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증가세가 2025년 들어 꺾였다"며 "경영환경 변화 속에 기업들이 수익성과 예산 효율성을 보다 엄격하게 고려하면서 지원 분야와 규모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장, 미술관 등 그간 지원 비중이 가장 높았던 인프라 분야(1106억원)에 대한 지원액이 전년 대비 7.9% 감소하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미술·전시 분야도 유통업계 지원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7.7% 감소했다. 클래식(-4.8%), 문화예술교육(-9.8%) 분야 역시 기업의 장기 프로젝트 종료 등으로 지원 규모가 줄었다.
반면 창작 뮤지컬(85.2%), 연극(27%), 영상·미디어(20.2%), 비주류·다원예술(11%) 분야는 지원 규모가 증가했다. 기업들이 문화예술 후원 규모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순수예술보다 상업성이 두드러진 문화예술 콘텐츠에 지원을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들 분야가 전체 지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 미만에 그쳐 총액 증가로 이어지진 못했다.
개별 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지원한 곳은 현대백화점이었다. 현대백화점은 알트원 뮤지엄(ALT.1 Museum), 갤러리H, 현대어린이책미술관 등에서 전시 및 공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들의 문화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년도 1위였던 KT&G는 2위로 한 단계 내려갔다. 3위는 신한은행이 차지했다.
기업 출연 재단 부문에서는 삼성문화재단이 전년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삼성문화재단은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며 시민들과 미술 애호가들에게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전달하는 대형 전시를 기획하고,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복합문화공간 '사운즈S'에선 클래식, 전통공연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2위와 3위에는 롯데문화재단과 LG연안문화재단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문화예술계가 경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지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선 기업과 정부와의 삼각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회 관계자는 "기업은 중장기 파트너십 기반의 전략적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예술계는 기업과의 협업 역량을 고도화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문화예술 지원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등 실효성 있는 지원을 통해 기업의 후원 유도를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