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으로 인식되던 편의점 자체 브랜드(PB)가 해외 시장에서 독자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편의점 PB가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는 지난 30일부터 일본 전역 250여 개 돈키호테 매장에 대표 PB 브랜드 '유어스(YOU US)' 상품 18종을 추가 공급한다. 라면 5종, 스낵 6종, 파우치 음료 7종 등 총 25만개 물량이다. 이 상품들은 돈키호테 주요 매장의 GS25 전용 매대에서 판매된다. 이번 물량까지 포함하면 GS25가 돈키호테를 통해 일본에 공급한 누적 수출 물량은 50만개를 넘어선다.
GS25 PB 상품은 이미 현지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 1월 돈키호테에 입점한 '오모리김치찌개라면'과 '오모리김치즈볶음면'은 현지 한국 라면 부문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해 진행된 1차 수출에서도 '오징어게임 랜덤달고나'가 돈키호테 히트상품 카테고리에 선정되며 현지 소비자들 호응을 얻었다.
양사의 협업도 단순 수출입을 넘어 공동 상품 개발로 확대되고 있다. GS25와 돈키호테는 지난해 6월부터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약 8개월간의 협업 끝에 올해 2월 한·일 소비 트렌드를 결합한 '초BIG!무쿠점보멜론구미'를 선보였다.
CU도 해외 직수출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CU의 대표 PB 상품인 'PBICK' 스낵과 아이스드링크 등 30여 종은 지난 5월부터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판매되고 있다. 5월30일부터 약 3주간 판매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CU PB 상품은 누적 판매 건수 1만1000여건을 기록했다. 알리바바 측으로부터 올해 신규 오픈 브랜드 중 최상위 수준의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초도 물량 소진으로 7월 초 3차 물량 수출을 앞두고 있다.
편의점 PB가 해외에서 주목받는 배경에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심으로 '한국 편의점 투어'가 여행 코스처럼 확산되면서 관광객들이 국내 편의점에서 접한 라면, 스낵, 음료 등을 귀국 후 현지 온라인몰이나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다시 찾는 것. 이 과정에서 편의점 PB는 한국의 일상 소비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출 품목과 국가도 빠르게 늘고 있다. GS25는 2017년 40여 종 수준이던 수출 품목을 현재 600여 종으로 확대했다. 수출 국가도 유럽·북미·중동·아시아 등 30여 개국으로 넓혔다. 지난해에는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으며 오는 2027년까지 수출액 15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CU 역시 수출 상품 수를 2019년 50여 종에서 올해 약 1000종까지 늘렸다. 수출액은 2019년 100만 달러 수준에서 지난해는 1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다른 편의점 업체들도 해외 판로 확대에 팔을 걷었다.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븐셀렉트 바프허니버터팝콘' 등을 하와이와 대만에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이마트24도 올해 상반기 자체 브랜드 '옐로우(ye!low)'와 '성수310' 시리즈 등의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285%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편의점 시장 외형 성장이 둔화하면서 PB와 차별화 상품 수출이 중요한 성장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현지 유통업체와 이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하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도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수 있어 글로벌 사업 확장의 주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