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100조 베팅...용인·청주·서남권 잇는 반도체 벨트 깐다

입력 2026-06-29 17:32


SK하이닉스가 1100조원을 투자해 용인과 청주, 서남권을 잇는 ‘AI 메모리 생산벨트’ 구축에 나선다. 최태원 SK회장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투자의 핵심은 세 축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원, 청주 생산기지에 100조원, 서남권 신규 클러스터에 400조원이 단계적으로 투입된다. 기존 생산거점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생산거점을 새로 확보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용인이다. SK하이닉스는 당초 2045년 완공 예정이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정을 12년 앞당겨 2033년까지 네 번째 팹 건설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3년은 네 번째 팹의 첫 번째 클린룸이 완공되는 시점이다. 이후 생산설비와 장비 투자는 시장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용인 클러스터에 투입되는 총액은 600조원에 달한다.

청주도 핵심 거점으로 키운다. SK하이닉스는 청주에 약 100조원을 투자해 낸드 신규 팹 건설과 생산장비 도입을 추진한다. HBM 후공정을 담당하는 첨단 패키징 역량도 강화한다. 청주를 낸드와 HBM, 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AI 메모리 종합 생산기지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축은 서남권이다. SK하이닉스는 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또 하나의 대형 생산거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형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하려면 넓은 부지와 전력·용수 등 기반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서남권은 대규모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인 지역으로 평가된다. 투자가 본격화되면 부지 확보와 팹 건설, 생산설비 도입 등에 약 400조원이 단계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는 것은 AI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는 막대한 연산 능력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HBM은 일반 D램보다 생산 자원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이다. 같은 용량을 만들더라도 더 많은 웨이퍼와 공정 자원이 필요하다. AI 시대의 경쟁력이 기술뿐 아니라 생산능력에서 갈린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 회장은 이번 투자의 의미를 ‘AI 수출국’ 전환에서 찾았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이 AI를 소비하는 나라에서 AI를 수출하는 나라로 전환하는 근간이 될 것”이라며 “SK는 AI를 통해 대한민국의 성장에 동참하고 글로벌 AI 생태계를 주도해 나가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