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1시께 서울 시청역 인근 재활전문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깁스를 한 환자들에게 다음달부터 달라지는 재활치료 방침을 설명하고 있었다. 도수치료를 전문으로 해온 이 병원은 7월 1일 관련 치료를 중단하고 운동치료, 약물치료 등을 중심으로 재활치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병원 원장인 40대 문모씨는 “기존에 도수치료를 받던 환자는 다른 재활치료로 전환하려 한다”며 “앞으로 재활치료는 주사, 약물치료를 중심으로 진료 방식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재활의학과 도수치료 중단 공지
병원이 정부의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을 앞두고 도수치료를 잇달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환자들은 예고 없이 다니던 병원의 도수치료가 중단되거나 연간 치료 횟수에 제한이 생기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는 관리급여가 시행되는 다음달 1일부터 도수치료를 중단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이 병원 소아재활의학과도 도수치료를 중단할 방침이다. 병원은 도수치료 대신 근골격계 기능 회복을 위해 재활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게는 대체치료를 시행할 예정이다.
병원들의 이런 움직임은 7월 1일 시행되는 정부의 도수치료 관리급여 제도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도수치료를 비급여에서 관리급여로 전환하고 1회 가격을 4만3850원으로 통일했다. 이용 횟수는 연간 15~24회로 제한했다. 같은 치료라도 병원마다 가격이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으로 차이가 크고 오남용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관리급여는 과잉 비급여 진료를 줄이기 위해 통일된 가격과 기준을 책정하고, 환자 본인 부담률을 95%로 높게 잡는 제도다. 도수치료 환자는 본인 부담률 95%를 적용하면 4만1650원을 내고, 나머지 5%인 2200원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 지난해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에 보험금 신청이 몰리면서 실손의료보험은 1조87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보다 적자 폭이 2600억원 확대됐다.◇제도 개선 국민 청원도 등장도수치료 횟수가 제한되자 허리 통증 등을 만성적으로 앓는 환자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20대 직장인 한모씨는 “손목 통증 때문에 매주 도수치료를 받는다”며 “1년에 50회 정도 받는 셈인데 최대 24회로 제한되면 앞으로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는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발하는 글을 게시하고 나섰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정책 재검토 및 제도 개선 요청’ 청원에는 이날 기준 약 6만1000명이 동의했다.
의사들은 정부의 도수치료 관리급여 도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8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법률 대응과 행정소송 등 관리급여 제도 거부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에 반발한 물리치료사 등 1000여 명도 같은 날 서울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제도 재검토를 촉구했다. 물리치료사들은 도수치료 시장이 위축되면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그동안 효과가 불분명한 도수치료가 과도하게 이뤄진 것은 분명히 문제”라며 “도수치료가 어떤 때 필요한지 등에 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명확한 기준을 세워줘야 한다”고 했다.
최영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