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졸전 이후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이 사퇴 발표 태도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취재진 질의응답 없이 짧은 입장문만 읽고 회견장을 떠난 데다, 퇴장 과정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까지 공개되면서 책임 있는 사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홍 감독은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 감독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준비한 입장문을 읽은 뒤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홍 감독은 "저는 오늘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대표팀 감독직을 다시 맡는다는 건 내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고, 주어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회 성적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했다. 홍 감독은 "이번 대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며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지만 한국 축구를 위한 마음은 내려놓지 않을 것이고, 한국 축구가 다시 응원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문제는 발표 방식이었다. 입장문 낭독은 1분30초 남짓에 그쳤고, 홍 감독은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이 과정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퇴장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는 감독의 태도로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도 29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홍 감독의 사퇴 발표를 비판했다. 박 위원은 "가장 좋은 멤버로 가장 안 좋은 월드컵을 치러버렸기 때문에 사퇴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사퇴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면 훨씬 더 큰 후폭풍이 있었을 것이라, 홍 감독은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박 위원은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그는 "입장문을 일방적으로 읽고 그냥 나가는 모습이 억지로 사과하는 듯한 느낌, '나는 그렇게 큰 잘못이 없는데 하라고 하니까 할게' 이런 느낌을 준다"며 "구체적으로 내가 뭘 어떻게 잘못했다는 얘기는 없다. 그냥 결과가 안 좋으니 책임지겠다는 정도인데, '그냥 물러나면 끝인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박종윤 캐스터도 이날 유튜브 채널 '이스타 TV'에서 사퇴 발표 형식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건 기자회견이 아니라 입장문 발표"라며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한 건데 라이브도 아니고 질문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캐스터는 홍 감독의 말투와 표정, 발표 방식이 모두 부적절했다고 봤다. 그는 "그래도 2년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지 않았나. 워딩과 표정, 전달 형태가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주헌 해설위원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써온 입장문을 그냥 쭉 읽는데 아무렇지 않게 '사임합니다'라고 말하는 걸 보고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박 캐스터는 홍 감독이 사퇴 발표 순간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홍명보 감독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대표팀을 다시 맡았는데 성적이 나빠 비난이 쏟아지니 지금 이 순간이 상당히 모욕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 대표팀을 잘 책임지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내가 모욕적이라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으면 참을 수 없다는 감정이라면 입장문, 말하는 뉘앙스, 전달하는 형태가 다 이해 간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