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라도 있었다면'…32강 탈락에 날벼락 맞은 기업들

입력 2026-06-29 13:00
수정 2026-06-29 14:02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월드컵 마케팅에 뛰어든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손흥민 등 국가대표 선수를 광고 모델로 활용한 기업들은 선수 개인의 브랜드 파워를 대회 이후에도 이어갈 수 있지만, 월드컵 공식 스폰서나 대표팀 경기 일정에 맞춰 대규모 응원 프로모션을 준비한 기업들은 마케팅 효과가 조기에 꺾이게 됐다.
스포츠 마케팅에 돈 쓴 기업들 '울상'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팀의 32강 진출 실패가 확정되면서 월드컵 특수를 기대했던 기업들이 후속 마케팅 계획을 줄줄이 접고 있다. 전날 월드컵 조별리그 K조 경기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3대1로 꺾으면서 한국은 조 3위 국가 순위에서 밀려 32강 진출이 최종 무산됐다.

이번 탈락으로 희비가 가장 뚜렷하게 갈린 곳은 스포츠 마케팅에 돈을 쓴 기업들이다. 하이트진로, 파리바게뜨 등 손흥민을 단독 광고 모델로 활용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다. 대표팀 일정은 끝났지만 손흥민 개인의 인지도와 상징성은 남아 있어 광고 캠페인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서다.

반면 오비맥주처럼 월드컵 공식 스폰서십과 경기 응원 행사를 결합한 기업은 타격이 더 크다. 대표팀 경기가 사라지면서 뷰잉펍, 팝업스토어, 거리응원 연계 행사 등 경기 당일 수요에 맞춘 마케팅 동력이 끊겼기 때문이다.
" 스폰서로 들어가지 않은게 다행"
관련 업계에서는 “차라리 공식 스폰서로 깊게 들어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월드컵 공식 스폰서나 공식 파트너사는 대회 기간 브랜드 노출 효과를 기대하고 상당한 비용을 투입한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 접점에서는 대표팀 경기 수와 성적에 따라 체감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대표팀 일정이 조기에 끝나면 경기 연동형 프로모션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국내 유일 월드컵 공식 파트너사인 현대차도 아쉬움이 남는다. 현대차는 대회 기간 1500여 대의 차량을 지원하고 손흥민 선수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앞세운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했다. 글로벌 캠페인 자체는 예정대로 이어지지만 국내에서는 대표팀 선전에 따른 응원 마케팅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기대했던 ‘집관’ 특수가 일찍 식게 됐다. 두 회사는 월드컵을 앞두고 TV 할인 행사와 인공지능(AI) TV 마케팅을 진행했다. 대표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대형 TV 교체 수요와 가정 응원 수요가 이어질 수 있었지만, 대표팀 일정이 끝나면서 판촉 효과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특수…치킨·편의점 업계도 '아쉬움'
치킨업계와 배달 플랫폼은 짧은 특수를 맛본 뒤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BBQ와 bhc, 교촌치킨 등 주요 치킨 브랜드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부터 영업을 시작하고 할인 행사에 나섰다. 멕시코전이 열린 19일 BBQ의 오후 1시 기준 매출은 평소보다 4.5배 뛰었고, 체코전이 열린 12일에도 4배 증가했다. 하지만 대표팀 일정이 끝나면서 32강 이후 기대했던 추가 매출은 사라지게 됐다.

배달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체코전이 열린 12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전체 주문 건수는 전년 같은 요일보다 65.4% 증가했다. 치킨 주문은 875.8% 급증했고 피자와 족발·보쌈, 중식 주문도 크게 늘었다. 이후 열린 2·3차전 주문량도 1차전보다 각각 1.8%, 0.7% 증가했다.

편의점업계도 발주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거리 응원전이 열린 광화문 인근 점포들은 대표팀 경기 때마다 매출이 급증했다. CU는 체코전이 열린 12일 광화문 인근 10여 개 점포 매출이 전일 대비 240% 늘었다. 멕시코전과 남아프리카공화국전 때도 각각 280%, 150% 증가했다. 맥주와 생수, 얼음, 이온음료뿐 아니라 김밥·삼각김밥·샌드위치 등 간편식과 돗자리·물티슈 등 생활용품 판매가 함께 늘었다.


손흥민 앞세운 기업들은 캠페인 지속
반대로 손흥민 개인을 앞세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손흥민 모델 광고는 월드컵 성적과 무관하게 일정 기간 캠페인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표팀은 탈락했지만 손흥민 개인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스포츠 마케팅의 위험이 다시 부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선수 모델 광고는 개인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장기간 활용할 수 있지만, 대회 공식 스폰서십이나 경기 연동형 프로모션은 성적 변수에 따라 효과가 크게 흔들린다. 대표팀이 오래 살아남을수록 폭발력은 커지지만, 조기 탈락하면 비용 대비 효과를 회수하기 어렵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은 짧은 기간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이벤트지만 대표팀 성적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며 “이번처럼 조기 탈락하면 공식 스폰서나 대규모 현장 행사를 준비한 기업일수록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