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중심병원지원단장, “병원이 가진 전문인력과 기술, 임상 인프라와 축적된 진료경험을 활용하는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제도 2013년부터 운영”

입력 2026-06-27 19:45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대한민국 보건산업의 육성·발전과 보건서비스 향상을 선도하여 국민 보건 증진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급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여 국가 바이오헬스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규제혁신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바이오헬스 정책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중심병원지원단 박정선 단장을 서면으로 만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소개를 부탁합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병원·대학·기업 등이 국가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과제를 기획, 평가, 관리하고 소중한 성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등 R&D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연구 성과와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의 신약 개발 역량 강화와 글로벌 판도 개척을 돕는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한국 의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외국인 환자 유치 및 의료 해외 진출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바이오 헬스 중심 국가로 도약하는데 핵심적인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중심병원지원단 소개 부탁합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병원이 가진 전문인력과 기술, 임상 인프라와 축적된 진료경험을 활용해 병원의 연구환경 변화를 촉진하고 보건의료 R&D 성과 창출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2013년부터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제도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구중심병원은 산·학·연·병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보건의료 산업화 성과를 창출하는 연구역량이 뛰어난 병원을 말합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인력, 논문, 특허 등 연구역량을 갖춘 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인증하고 있습니다. 2025년 4월 총 21개 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인증받았습니다. 지원단은 연구중심병원이 진료중심에서 연구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제도, 인프라, R&D 지원을 수행하는 조직이며, 각 병원의 연구역량이 고도화되고 산업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반 창업과 다르게 ‘병원 안에서 시작하는 창업’이 왜 중요한가요
“일반 창업이 시장의 기회를 발견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면 병원 창업은 환자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일반 창업과는 다르게 수익성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 개선과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을 목적으로 한다는 데서 차별성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대형 제약사 혹은 일반 기업의 경우 시장성을 먼저 보기 때문에 환자 수가 적은 희귀 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은 소외될 수 있으나, 병원 창업의 경우 진료실에서 고통받는 난치병 환자를 직접 만나기에 현장의 절실함에서 연구가 시작되고 환자들은 포기했던 질병의 새로운 치료 기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또한 병원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경우 수년간 병원이 보유한 우수한 인프라, 임상 데이터, 전문 인력이 투입된 원천기술(특허)을 바탕으로 독점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진료에서 연구 그리고 창업으로 이어지는 병원의 체질 개선 과정에서 연구중심병원지원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였나요
“연구중심병원지원단은 연구중심병원 인증제도와 R&D예산 지원을 통해 병원 자체의 연구문화 조성과 역량 제고를 통한 연구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과거의 병원은 환자 진료 중심의 구조를 유지해 왔기에 의사들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연구에 몰입하거나 창업을 시도할 유인책이 부족했습니다. 연구중심병원 인증을 통한 병원 내 연구 조직 등 거버넌스 구축, 정부의 대규모 R&D 예산 지원이 연계되면서 연구 환경에 대한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진료 업무에 치이던 교수들에게 공식적인 연구 시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인증 기준에 연구참여임상의사, 연구전담의사 등 연구 인력에 대한 기준을 도입하였습니다. 연구중심병원의 R&D트랙을 통해 아이디어 단계에서 머물던 의사들의 기술이 연구를 통해 상용화되고 특허, 논문 등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해 나갔습니다.”



연구 지원이 실제 ‘환자가 체감하는 치료 변화’로 이어졌던 보람찬 사례가 있는지
“보람을 느끼는 사례 중 하나는 연구중심병원에서 축적된 연구 역량과 임상 경험이 바이오기업 창업으로 이어져 실제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으로 연구중심병원 기반에서 성장한 ‘이엔셀’은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하며 희귀·난치 질환 환자를 위한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에는 치료 선택지가 거의 없었던 근육 질환 등 희귀질환 분야에서 임상연구를 추진하며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시작된 기술이 기업을 통해 개발되고, 다시 임상시험과 치료 현장으로 이어지면서 환자들이 혁신 치료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중심병원 육성 정책의 의미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논문 특허 등 연구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연구 성과가 환자 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엔셀 사례는 병원의 연구역량이 창업과 기술사업화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가장 큰 당면과제는 무엇인가요
“연구중심병원의 올해 가장 큰 당면과제는 연구중심병원 ‘의료기술협력단’ 설립입니다. 대학이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연구 성과를 산업과 연결하고 기술사업화를 추진해 온 것처럼, 연구중심병원도 의료기술협력단을 통해 병원에서 창출된 연구성과를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의료기술협력단은 병원의 특허관리, 기술이전, 창업 지원 등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연구 성과가 실제 환자 치료와 산업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동안 병원은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관리하고 사업화하는 데 제도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보건의료 기술 진흥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술 협력단 설립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의료기술협력단을 통해 병원 주체 명의로 독자적인 특허권을 소유하고 연구 수익을 직접 확보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갖추게 되는 만큼 의사,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몰두해도 창업과 사업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료기술협력단은 단순히 새로운 조직이 생긴다는 의미를 넘어, 병원이 연구개발의 주체를 넘어 기술사업화의 주체로 성장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현장에서는 2개의 의료기술협력단이 선제적으로 설립되어 바이오헬스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의료기술협력단을 통해 주요 기술이전, 대형 국책과제 연계, 그리고 글로벌 스핀오프 창업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기울이고자 합니다.”



연구중심병원 제도의 그동안 성과를 평가한다면
“병원 내에 연구 중심 문화가 정착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시적인 기술사업화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구에 전념하는 연구전담의사 수는 제도 도입 초기 대비 약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병원발 창업 기업도 연평균 약 29% 성장하는 등 병원이 단순 진료 기관을 넘어 바이오헬스 혁신을 주도하는 연구·사업화 거점으로 체질을 개선해 왔습니다. 또한 연구중심병원육성 R&D 사업을 통해 병원 내 시설·장비와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와 병원 유래 연구자원·정보, 연구역량 등 소프트웨어 자산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플랫폼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였습니다. 총 10개 연구중심병원에서 26개의 중점 연구분야별 플랫폼을 통해 산·학·연·병 협력 연구 확대 및 성과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25년 부터는 21개 연구중심병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 결과, 병원발 창업기업들은 국내외 벤처캐피털(VC)로부터 대규모 시리즈 투자를 유치하고,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등 의미 있는 스케일업 성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연구중심병원이 바이오헬스 생태계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했다는 점도 중요한 성과입니다. 병원이 보유한 임상데이터, 인체유래물은행, 첨단 연구장비 등 연구 인프라를 기업, 대학, 연구기관에 개방함으로써 개방형 혁신을 촉진하였습니다. 병원이 주도하고 기업이 참여하는 공동연구가 활성화되면서 병원 스핀오프 창업과 대형 기술이전 성과로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의 우수 연구기관과의 글로벌 공동연구로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연구중심병원지원단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연구중심병원지원단은 병원 중심의 보건의료 R&D 생태계를 조성하고, 임상 현장 기반의 기술사업화 성과를 창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증제’로의 전격 개편에 발맞춰 총 21개 병원이 1기 연구중심병원으로 인증받는 값진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앞으로 지원단은 이러한 성과를 발판 삼아 역량 있는 병원들이 연구중심병원 인증 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제도적 가이드와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것입니다. 현재 21개 병원을 넘어 더 많은 의료기관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참여 저변을 전폭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나아가 병원이 발굴한 우수한 임상 지식과 보건의료 연구 성과가 제도권 안에서 사장되지 않고, 실제 바이오헬스 창업과 기술사업화의 성공으로 폭넓게 확대될 수 있도록 전 주기적 지원 체계를 고도화해 병원이 대한민국 보건산업의 글로벌 혁신 성장을 견인하는 강력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