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싸고 24시간 AS도 해주는데 한국산 살 필요 있나요."
중국 가전업체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 경쟁력에 더해 신속한 애프터서비스와 현지 생산 확대 전략을 앞세우며 한국과 일본 브랜드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를 인용해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동남아 주요 가전 61개 품목에서 중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2025년 20.8%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2020년 대비 3.8%포인트 상승하며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특히 에어컨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판매 대수 기준 2020년 16.1%에서 2025년 26.6%로 확대됐다. 반면 일본 기업 점유율은 43.7%에서 37.2%로 하락했다.
중국 브랜드의 약진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에어컨 시장에서 중국 업체 점유율은 2025년 34.5%로 5년 전보다 18.8%포인트 상승하며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다이킨공업과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27.9%로 6%포인트 줄었고, 한국 브랜드 역시 23.6%로 8%포인트 감소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뿐 아니라 서비스 경쟁력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중 하나인 거리전기는 인도네시아에서 장기 보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압축기 10년, 부품 5년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나 일본 브랜드보다 약 2배 긴 수준이다.
또 휴일과 공휴일을 포함한 24시간 수리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현지 판매점에 따르면 중국 제품 가격은 한국과 일본 제품보다 20~40% 저렴한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열대 지역이 많아 에어컨 수요가 높은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에어컨 고장은 생활 환경과 직결된다”며 “중국 기업들은 현지 소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내구성과 빠른 수리 체계를 정확히 파악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은 현지 생산 능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메이디그룹은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카라왕 산업단지에 연간 200만 대 이상 생산 가능한 냉장고 공장을 설립했다. 현지 조달 비율을 높이려는 인도네시아 정부 정책에도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태국은 중국 가전업체들의 수출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이얼과 메이디 등이 생산 설비를 확대하면서 태국 냉장고·냉동고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2025년 44.7%까지 상승했다. 2020년 30.1%와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다.
일본 기업들이 생산 기반을 갖춘 말레이시아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TV 시장 점유율은 2025년 36.1%로 5년 전 15.1%에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TCL과 하이센스는 대형 화면과 스마트 기능을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세탁기·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연결되는 스마트TV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면서 ‘대형 화면·다기능·저가격’ 전략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현지 유통업계는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평가 개선이 다른 중국 제품에 대한 신뢰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브랜드보다 가격 대비 기능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중국 제품 선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동남아 시장 점유율은 2025년 58.2%로 5년 전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필리핀에서는 점유율이 81.0%까지 올라 중국 브랜드가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