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영국대사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한화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을 대통령 앞에서 공개적으로 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英 밥콕도 수혜…한화 수주전 힘싣기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지난 23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만찬에서 이 대통령과 인사하며 "영국 정부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한화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네, 성공해야죠"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크룩스 대사의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덕담으로 보기 어렵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위해 영국 방산기업 밥콕 캐나다와 업무협약(MOU) 및 티밍 계약(teaming agreement)을 맺고 협력 구도를 구축했다. 한화오션이 잠수함 플랫폼과 건조를 맡고, 밥콕이 캐나다 현지에서 유지·보수·정비와 후속 지원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한화가 수주하면 한국은 잠수함을 수출하고, 영국 기업은 정비·장비·현지화 사업 참여 기회를 얻게 된다.
크룩스 대사가 지난 2월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를 직접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당시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제안된 장보고-Ⅲ 배치-Ⅱ 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잠수함 블록 제작과 자동화 설비, 스마트야드 기반 생산 시스템 등을 확인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노후화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한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다. 캐나다 정부는 새 잠수함을 최대 12척 도입해 대서양·태평양·북극 해역에서 동시에 작전할 수 있는 해저 전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사업 규모는 업계에서 약 60조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현재 경쟁 구도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의 2파전이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급 잠수함을 기반으로 한 KSS-Ⅲ 모델을, TKMS는 독일·노르웨이 공동 개발 모델인 212CD급을 앞세우고 있다.○비NATO 약점, 英 협력으로 보완한화의 강점은 납기와 실전 운용 경험이다. 한화오션은 캐나다가 계약을 체결할 경우 2035년까지 잠수함 4척을 인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달에는 해군의 도산안창호함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해 KSS-Ⅲ급 잠수함의 원양 항해 능력을 직접 보여줬다.
다만 캐나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라는 점은 변수다. 경쟁자인 TKMS는 독일 기업이고, 212CD급도 NATO 회원국인 독일과 노르웨이의 공동 개발 모델이다. 캐나다로서는 성능과 가격, 납기뿐 아니라 동맹 내 상호운용성, 군수지원 체계, 정보 공유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영국의 역할이 부각된다. 영국은 캐나다와 같은 NATO 회원국이자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 함께 정보를 공유하는 파이브아이즈 국가다. 밥콕은 기존 캐나다 해군 잠수함의 유지·보수·정비를 맡아온 업체로, 캐나다 내 해군 지원 경험과 현지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한화의 '비NATO 기업' 약점을 영국 방산기업이 보완하는 구도인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수주하면 밥콕도 같이 가져갈 사업이 생기는 구조"라며 "영국 기업의 참여는 한화 제안에 NATO권 신뢰도와 캐나다 현지 정비 경험을 더해주는 요인"이라고 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